글로벌 기업, ‘선택적 디폴트’ 러시아 철수 원해도 사업 못 팔아

입력 2022-04-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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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과 BP, 엑손모빌 등 사업 철수 발표했지만, 완료 못 해
현지 자회사 처분하려면 러시아 당국 승인 필요한 탓
S&P, 러시아 신용등급 ‘선택적 디폴트’ 강등
외화 지급 여력 있지만, 빚 못 갚는 상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글로벌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시아 제재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그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갈림길에 섰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영국 셸의 현지 사업인 ‘사할린2’ 매각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셸은 1분기 사업 철수에 따른 손실액을 최대 50억 달러(약 6조 원)로 추산하며 매각에 나섰지만, 현재는 “작업 진척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른 영국 석유 대기업 BP 역시 현지 사업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언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며 지난달 1일 ‘사할린1’ 프로젝트 철수를 표명했던 미국 엑손모빌은 아직 매각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엑손모빌의 경우 철수를 표명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사할린1의 생산량도 평소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기업들의 철수가 어려운 이유 중엔 현지에 묶인 자본 문제가 있다. 미국과 유럽 등 러시아의 비우호국 명단에 포함된 국가 소속 기업들이 현지 자회사 지분을 처분하려면 러시아 외국인투자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외화 유출을 우려한 당국이 이를 막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는 외화와 재정 여력이 있음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8일 러시아의 외화 표시 채권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D)’로 강등했다. 이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 단계로, 국가채무 중 일부를 상환하지 못할 때 적용한다. S&P는 “디폴트에 30일 유예 기간이 있지만, 앞으로 경제 제재가 한층 강화되면 러시아가 채무를 이행할 능력은 손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S&P는 등급 자체를 철회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이 신평사들에 대해 15일까지 러시아 법인이나 단체에 대한 등급 제공 금지나 취하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다른 신평사들은 이미 등급을 철회한 상태다.

다만 채권 투자자 대부분이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선택적 디폴트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300억~400억 달러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키우치 노보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는 외화의 탈러시아가 진행되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에너지 수출이 러시아의 외화 획득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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