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바닥 난’ 스리랑카, 디폴트 선언...“일부 외채 일시 상환 중단”

입력 2022-04-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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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 제공 전까지 63조원 대외부채 상환 중단
중앙은행 “제한된 외환보유고, 필수품 수입에 쓸 것”
우크라 전쟁에 최악 경제난 시달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1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대통령 집무실 입구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 스리랑카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스리랑카 국민 수천 여명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콜롬보/AP뉴시스
스리랑카가 일시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달러가 동이 나 당장 생필품 수입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이례적인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제공되기 전까지 510억 달러(약 63조 원)에 달하는 대외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채권 보유자와 대출기관 등에 대한 모든 미지급금에 대한 상환은 부채 구조조정까지 중단될 것이라고도 했다.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하드 디폴트(민간 채권단이 전면 손실을 보는 실질적 디폴트)를 피하고자 대외부채 지급을 일시 유예한다”며 “제한된 외환보유고를 연료와 같은 필수 품목 수입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는 3월 말 현재 19억3000만 달러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번 스리랑카의 디폴트 선언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경제 의존도가 높은 관광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이 추진한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사업 등을 위해 무리하게 늘린 대외부채는 스리랑카 경제를 옥죄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스리랑카가 갚아야 할 대외부채 규모를 7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또 AP통신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갚아야 할 대외부채는 2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혼란 등으로 인한 물가 급등과 심각한 식량·연료부족난까지 겹치면서 경제가 무너져내렸다. 현재 스리랑카의 인플레이션율은 20%에 달한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2021년 11월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 변화 회의 COP26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글래스고/AP뉴시스.
외화 부족으로 식품, 의약품, 종이 등 필수품 수입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민생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발전소용 연료가 부족해 하루 13시간씩 순환 단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자 정부가 국가비상사태와 통행금지령을 발동하는 등 내정은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다. 현재 스리랑카 야당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동생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스리랑카의 디폴트 선언이 라자팍사 대통령 사임을 압박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리랑카 재무부는 정부가 IMF와의 대화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라자팍사 정권이 최근 의회에서 과반수를 잃게 되면서 구제금융 논의는 더 지연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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