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잔, 점심에 직장 동료들과 한 잔, 오후 업무하다가 한 잔...”
한국의 커피 사랑은 유별납니다. 하루에 서너 잔은 기본으로 마시는 사람도 흔할 정도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성인들은 한해 353잔의 커피를 마십니다. 이는 세계 평균 1인 커피 소비량(연 132잔)의 2.7배에 달하니, 과연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만하죠.
맛이나 향으로 커피를 즐기기도 하지만 모름지기 직장인이라면 '카페인'이 커피를 찾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수혈하듯 커피를 마셔서 피로를 회복한다는 의미의 ‘커혈(커피수혈)’이 유행어로 자리 잡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선 디카페인 커피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원두 수입량은 4737t으로 전년(3712t) 대비 27.5% 증가했습니다.
소비자 수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는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제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117% 급증했다고 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 함량을 95~99% 제거한 커피로, 1903년 루트비히 로젤리우스라는 독일 커피 상인이 처음 개발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히틀러가 좋아했던 커피로도 유명합니다. 히틀러는 카페인이 독일 민족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라 생각했었는데, 디카페인 커피를 독일인이 처음 개발했으니 더욱 선호했던 것입니다.
물론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서 카페인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닙니다. 국가마다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국제 기준상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이 97% 이상 제거돼야 합니다. 유럽연합(EU)은 생두에는 0.1%, 추출물에는 0.3%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디카페인 커피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커피가 일종의 ‘취미’가 되면서 카페인 섭취는 줄이고 커피 맛은 마음껏 즐기기 위해 디카페인을 마시는 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즉 커피를 ‘각성제’ 용도 보단 ‘취향’의 일환으로 음용한다는 것입니다.
카페인에 약하지만 커피를 즐긴다는 직장인 오 씨도 “시중에 디카페인 커피가 보편화하기 전엔 카페인 때문에 카페에서 늘 기본 샷을 한 잔씩 빼고 주문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면 샷을 줄여 맛이 연해지지 않고도 커피 맛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가 일반 커피보다 비싼 이유는 카페인을 제거하기 위한 별도의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수백가지 물질이 함유된 생두에서 카페인만 추출해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 않아서 값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디카페인 제거공법은 크게 3가지로,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와 ‘초임계 이산화탄소 추출법’ ‘유기용매추출법’ 등이 있습니다. 이중 국내에선 뜨거운 물에 끓인 원두를 활성탄소필터에 통과시키는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공법을 가장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