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학자 란코프 “방어 수단 과해, 한국 통제 의도 강한 의심”
한국국방연구원 “무기 개발, 생존 위한 필요 그 이상”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전역을 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인 러시아 출신 북한학자 안드레이 란코프는 “엄격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규모와 정교함을 키워 방어적 필요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북핵 프로그램은 순전히 방어용이었다. 그들은 핵무기가 없으면 침략당할 것을 두려워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방어적 측면에서 분명히 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그들의 궁극적인 꿈이 한국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강한 의심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020년 열병식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처음 선보였고, 일각에선 최근 몇 달간 공개된 ICBM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수준으로 개발된 것으로도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달 두 차례 담화에서 핵무기 사용을 거론하며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김정은이 여전히 남북통일을 추구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김정은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질 만큼 젊고 북한 무기 개발은 체제 생존을 위해 충분한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안키트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 정책 선임연구원은 “북핵 프로그램은 사실상 남한과 공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여줬다”며 “북한의 핵개발 진전은 향후 한미와의 벼랑 끝 전술을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란코프는 “최근 몇 년간 핵무기 시나리오는 불가능의 영역에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영역으로 이동했다”며 “이는 큰 차이이며, 정책 입안자들은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정은은 이날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북한 핵무기가 전쟁방지라는 '일차적' 임무'를 넘어 '이차적 임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란코프는 “북한이 한국을 침략하거나 점령하려는 것보다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김정은이 한국 지도자를 압박하면서 미국 개입을 억제하기 위해 핵 협박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미국이 어떤 위기로 완전히 혼란에 빠지거나 백악관에 약하거나 별난 리더가 들어올 때, 또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임에 성공할 때 북한은 ICBM 배치 등 위기를 조성하면서 미국에 샌프란시스코나 서울 중 택일하라고 압박하면서 미군 철수를 강요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의 야망을 우크라이나에 대해 비무장화와 비나치화를 부르짖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비유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은 이를 꿈꾸는가. 이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북한을 핵무기가 없으면 침략당할 수 있는 나라, 즉 우크라이나 관점에서 본다”며 “그러나 북한은 단순한 핵 위협으로도 공격자에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러시아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수백 개 핵탄두를 보유하고 운반수단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무기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방어적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