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 사건 '동일성' 조항도 그대로
"'동일성 범위 내' 말장난…엄격하게 작동하면 보완수사 어려워"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검찰의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이되 '등'을 추가해 여지를 남겼지만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또 '동일성' 개념이 향후 보완수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본회의에 상정된 검찰청법 수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했다. 논란이 됐던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는 검찰 수사 범위에서 제외됐다.
주목할 점은 '부패 범죄, 경제 범죄 중'으로 수사 범위를 한정했던 민주당 안이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향후 시행령을 통한 검찰 수사 범위 확대 여지를 어느 정도 열어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수사 범위를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이는 게 입법 취지였던 만큼, 다시 포함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에서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조항도 그대로 유지됐다. 수정안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문화했다.
수정안은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보완 수사하는 경우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수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는 남겨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동일성' 문구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동일성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경찰이 찾지 못한 여죄나 공범 수사가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2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동일성' 대목이 보완 수사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만 콕 집어서 '동일성' 안에서만 보라면서 불필요한 제약을 가한다면 결국 범죄자만 살판나는 것"이라며 "경찰이 못 본 부분까지 충실하게 보완을 하라는 차원에서 이의신청을 했더니 경찰이 본 딱 그 부분까지만 검찰에서 법원까지 연결시켰겠다라는 것은 사실 보완수사 자체를 사문화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그는 "실제 성착취물을 제작하면서 성폭력이 실제로 이루어지기도 한다"며 "어떤 SNS 단체방에서 이상한 것들이 발견돼서 수사해보니까 단순 아동 성착취물뿐만 아니라 성폭력 사건과도 연결됐더라도 (보완수사가 어렵다)"며 "피의자 측에 서는 엄청나게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정안은 경찰로부터 불송치 통지를 받은 사람은 해당 사법경찰과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고발인을 제외한다'는 단서를 새로 추가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항이 고발인의 항고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이 직접 수사한 범죄에 대해서는 불기소 결정에 대한 항고가 가능한데,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항고만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민주당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7일 본회의에 상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했지만, 민주당이 ‘회기 쪼개기’로 맞서면서 이날 자정 임시국회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은 다음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바로 표결에 부치기 때문에 검찰청법 개정안은 30일 통과될 전망이다. 남은 하나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30일 본회의 상정, 다음달 3일 본회의 표결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