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러시아와 경제 협력 이유로 중립 지켜
아프리카, 침략의 역사에 유럽 경계감 커
러시아 용병 와그너그룹과의 밀월관계도 영향
이는 세계 지도를 보면 더 확연하게 구분된다. 흔히 러시아 제재를 두고 서방과 반대편 간의 동ㆍ서 대립으로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남ㆍ북으로 갈린다. 특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지형으로 나뉘는 양상으로, 개도국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고 있다.
우선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 대체로 중립 입장을 고수하는 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한창이던 3월 “멕시코는 이 전쟁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린 모든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기 때문에 일종의 경제적 보복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파울로 게데스 경제장관은 아예 “동유럽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품 공급망 혼란 속에서 브라질이 시장 안보를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경제적 요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아시아 대표 남반구 국가인 인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지는 등 라틴 아메리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이들은 겉으로는 중립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와 떨어질 수 없는 경제 협력 관계라는 점에 발목이 잡혔다. 러시아가 밀과 옥수수 등 곡물을 비롯해 석유 등 에너지의 주요 생산국이라는 점과 언급한 국가들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개도국이라는 점이 맞물리면서 서방 제재 동참을 머뭇거리게 한 것이다.
MSNBC는 “아시아, 중동, 라틴 아메리카 국민은 대체로 러시아를 침략자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는 비싼 희생을 요구하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경제적 요인을 넘어 역사적 요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들을 침략했던 유럽 국가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미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들은 리비아에서 카다피 정권이 축출될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개입한 사실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피에르 자네 이매진아프리카연구소 소장은 “5세기 동안 우린 인간과 천연자원을 약탈하는 데 몰두한 유럽 국가들의 손아귀에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된다면 우린 (그 문제를) 우리 해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크게 외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동안 러시아는 은밀히 현지 세력을 키워왔다. 주간지 타임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용병인 와그너 그룹을 통해 그간 아프리카 정부를 대신해 싸워온 사실에 주목했다.
5000명에 달하는 와그너 용병들은 과거 리비아와 수단,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말리 등 아프리카 곳곳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틀 전 비정부기구인 ‘무장 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가 올해 들어 말리에서 일어난 수백 명의 학살 사건에 와그너 용병들이 연루됐다고 폭로한 것이 최근 사례다.
타임은 “러시아는 와그너 그룹을 활용해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잠입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이 부과하는 제재에 맞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전략은 명확하다. 민간 군사 대리인을 통해 정세가 불안하고 부패 수준이 높은 국가에 상점을 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