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전의 벤처·혁신기업에 펀드 자산의 일정비율 이상을 집중 투자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이하 BDC)’가 도입된다. 비상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가 나온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부터 벤처·혁신기업 투자 활성화 논의를 진행해온지 4년 만이다. 금융위는 2018년 처음으로 BDC 법안을 추진했으나 밴처캐피탈(VC) 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2020년에도 VC를 BDC 도입방안에 포함하기로 한 법안을 국회에 넘겼지만,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투자자 보호)와 사모펀드(유연한 운용)의 장점을 융합해 비상장·혁신기업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최소 5년 이상 존속하는 환매금지형(폐쇄형)으로 운용돼 환금성이 떨어지는 비상장기업에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기존의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초기·창업기업들은 소규모 자금을 지원받거나, 정책금융, VC의 경우 재정 등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방식은 수시 환매가 가능한 공모펀드의 경우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비상장 기업 투자는 소극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롭게 도입되는 투자기구는 이러한 자금 조달 한계가 보완된다는 차별점이 있다. 순수 민간자본으로만 구성돼 공모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운용 대상 범위도 확대된다. 초기기업이나 구조조정기업은 물론 성장단계 기업까지 폭넓게 투자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의 접근성도 높인다. 과거에는 경영권 참여 등 모험자본의 성격이 강한 기관전용사모펀드(구 PEF)에는 일반투자자 참여가 금지됐다. 개정안은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환금성이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장기간 자금이 묶여 투자를 기피하던 일반투자자의 접근성이 용이해진다. 당국은 금융투자업 신규 인가 시 대주주 심사 요건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펀드 구성 종목 개수 제한은 없지만 총량은 규제한다. 예를 들어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주 목적 대상에 투자해야 한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개별적으로 봤을 때 20% 이상, 최소 5배 이상의 분산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BDC 가격은 ETF처럼 순자산 가치를 주기적으로 공시할 방침이다. 실제로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에 대한 논의는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불안정한 주식장에서 비상장 기업 투자가 ‘묻지마 투자’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 과장은 “현재의 비상장 기업 투자는 개인들이 한국거래소 또는 증권사에서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려웠다”며 “BDC는 공시 규율을 받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간접 투자로 전환될 수 있다. 이에 ‘묻지마 투자’는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가 과정에서 사업성이나 전문성을 꼼꼼히 볼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며 “기존 펀드 규제 체계를 대부분 그대로 적용받을 예정이다. 수시공시(의무공시), 자산 내역 보고서, 수익자총회도 공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정안이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며 “유관기관 및 시장참여자와의 협의를 진행해 올해 하반기 중 하위법규 개정안 등 세부 도입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다음 달 초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