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라는 말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만든 영문 슬로건이다. 주한 외국인, 재외 공관, 정부 기관을 비롯해 KBS 여론 조사 결과까지 반영해 선정했다고 한다. 이 슬로건은 의미 그대로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뜻한다. 당시 한국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일종의 구호였는데, 20년 전에 만든 이 구호가 이제는 현실이 됐다.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정주리의 ‘다음 소희’는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됐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배우에 등극한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도 칸에 초청됐다. 올해 칸영화제의 구원 투수는 한국 영화, 즉 K무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는 각각 탕웨이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외국 배우 및 감독이 국내 영화인들과 합작한 영화였다. 이 밖에도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인 데비 슈가 연출을 맡은 ‘리턴 투 서울’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제작과 촬영에 참여했다. 한국 영화의 지형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얘기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바야흐로 K문학도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가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3월에는 ‘여름이 온다’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돌기민 작가의 ‘보행연습’은 국내 출간 전 영미권에 판권이 수출됐다.
K팝도 마찬가지다. 방탄소년단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것은 더는 ‘기현상’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 이 외에도 블랙핑크, 싸이 등 해외에 널리 알려진 K팝 가수들이 많다.
K-콘텐츠는 이제 세계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며 획기적인 문화 상품으로서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가 됐다. K-콘텐츠 흥행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는 앞서 언급한 한국인의 역동성과 관련이 깊다. 책 ‘한국인의 에너지’의 저자 홍대순은 “한국인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결심한 일에는 목숨을 건다. 어떻게든 해내고, 너무 열심히 하고, 끝장을 봐야 속이 시원하다”며 “언제 어디서나 기를 쓰며 신명과 신기의 에너지를 풀어내니, 힘들긴 해도 이 나라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문화 대국으로서의 우리 문화는 기업경영의 파괴적 혁신성장에도 새로운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며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진검승부를 하지 않았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무궁무진한 기회가 아직 남았다는 뜻”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