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최고 영예를 상징하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다. 돈 많고 유명한 이들을 태운 초호화 유람선이 사고로 전복되자 유일하게 수영을 할 줄 아는 중년의 여성 청소부가 권력의 중심에 서면서 벌어지는 계급의 전복을 다룬 작품이다.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그린나래미디어와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가버나움(2018)',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등 칸영화제 출신 화제작을 들여와 국내에서 흥행시킨 영화수입배급사다.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는 작품 계약 이후에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을 알았다고 한다. 수상작은 폐막일에 공개되는 반면 영화를 구매할 수 있는 칸 필름마켓은 영화제 초반 열리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간단하게 공개된 시놉시스가 흥미로워 구매 리스트 중 가장 우선순위에 있었던 작품이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상 하나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황금종려상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가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어 어느 정도 ‘기생충(2019)'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도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작품으로 예술 영화 팬들에게 사랑 받아온 다르덴 형제의 신작 ‘토리 앤드 로키타(Tori and Rokita)'도 국내 관객을 만난다. 이름도 낯선 아프리카 베냉(Benin)에서 벨기에로 온 나이 어린 불법 이민자들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기간 75주년 특별상을 수상했다. 본상은 아니지만, ‘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5)'로 이미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바 있는 거장 감독에게 영화제가 예우를 갖춘 셈이다.
‘토리 앤드 로키타’는 칸영화제가 시작하기도 전인 지난 해에 이미 영화사 진진과 선구매 형태로 계약을 확정했다. 선구매 형태란 감독 이름, 한 두 줄 가량의 시놉시스, 출연배우 정도의 지극히 제한된 정보만 보고 작품을 구매하는 영화수입배급 업계의 독특한 고위험 계약 방식을 의미한다. 때문에 업계 베테랑인 영화사 진진 김난숙 대표의 결정이 크게 작용했다. 김 대표는 이번 칸영화제 현지에서 완성된 영화를 극장 관람했다고 한다.
영화사 진진은 2019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다르덴 형제의 ‘아메드(2019)'를 국내에 들여온 바 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사회파 감독의 주목 받는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김 대표는 신작 ‘토리 앤드 로키타’를 두고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 아이들의 현실이 불쌍하지만, 그걸 감정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감정을 이입할 때쯤 되면 ‘툭’ 잘라버리는 드라이한 작품이다. 어쩌면 그의 초기 작품인 ‘로제타’로 다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Close)'는 영화사 찬란을 통해,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알리 아바시 감독의 ‘성스러운 거미(Holy Spider)'는 판씨네마를 통해 극장 개봉할 예정이다.
다만, 이 작품들의 개봉일은 미정이다. 올 10월 열릴 부산국제영화제와 내년 봄 있을 미국아카데미시상식의 작품 초청 여부에 따라 국내 관객 대상 개봉일을 유연하게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