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 내년 경기침체 우려도
원자재가격 상승, 공급망 경색에도 국내 경제가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 나왔다. 내년 경기침체 우려는 있지만, 인플레이션 대응이 먼저라는 제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선임 연구위원은 5일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1970년대 고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통화긴축 정책을 채택했던 것과 달리, 한국은행이 1998년 물가안정목표제와 함께 금리중시 통화정책체계를 도입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인플레이션 상황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만큼 스테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달 26일 기준금리 인상 당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물가 상방 위험은 확실하고 경기성장률도 둔화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아직은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가 상승 폭 또한 지난 석유 파동기 양상과 다르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단기간에 4배씩 올랐던 과거 석유파동기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원유 가격이 실질가격 기준으로 1980년이나 2008년의 3분의 2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 충격의 정도가 과거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공급망이 점차 회복되면서 상품가격 인플레이션이 곧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대기도 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으로 강력한 통화긴축정책을 실시하면 경기침체를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인플레이션이 5%를 상회한 경우 긴축정책이 시행됐고 이후 4분기 이내 경기침체가 발생한 경우는 45%, 8분기 이내 경기 침체가 발생한 경우는 62%였다.
장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경우도 2000년 이후 2분기 연속 평균 물가상승률이 4%를 넘었던 사례를 2008년 2분기~4분기, 2011년 2분기~4분기 두 차례 있었는데 각각 경기침체가 뒤따랐다"라며 "특히 우리 경제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은 상대적으로 우리 경제에 더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경기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정책 여력은 비축해놓을 필요가 있다"라며 "코로나19 위기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한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한 정책이지만 섣부른 경기부양정책은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을 증대시킬뿐 아니라 경기둔화시 대응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책당국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해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과거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을 증대시키게 된다"면서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기보다는 먼저 빠르게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