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드쇼어링, 세계 경제 성장에 오히려 방해?

입력 2022-06-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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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블록 나뉠 경우 세계 GDP 5% 증발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국가의 피해 커질 수 있어

▲세계 주요국 GDP 대비 무역 비중. 위에서부터 독일/전 세계/중국/미국.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동맹국 또는 우호국 간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강화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세계 경제를 분열시키고 성장을 저해, 인플레이션을 악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프렌드쇼어링 지지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공급망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 뒤 프렌드쇼어링이야말로 원자재와 부품 확보에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많은 경제학자가 무역 거래와 직접 투자가 정치 동맹국 간의 거래로 한정될 경우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화로 얻은 수십년 간의 이득이 사라질 수 있는데,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한 것이나 서방 국가들 내 물가가 안정된 효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안보나 정치적 우려를 광범위한 상품과 관련된 경제적 효율성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프렌드쇼어링이 전 세계 국가들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냉전의 여파로 구축된 폐쇄적인 블록 내에서 구축된 낮은 관세와 거래 규칙 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동유럽과 구소련 국가들의 세계화 참여를 독려했던 유럽부흥개발은행의 베아타 자보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록으로 쪼개진 세상으로 가는 길에 우리가 서 있을 수 있다”며 “지금의 모습이 소련이 주도했던 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경제상호원조회의는 공산주의 국가 간 경제 협력과 공조를 목적으로 했던 경제 기구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미중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서로 적대적인 두 경제 블록이 형성되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WTO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블록이 충돌할 경우 10~20년 사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가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약 4조4000억 달러(5530조8000억 원) 규모의 손실이다.

물가 상승의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단행한 유럽연합(EU)은 프렌드쇼어링의 물가 상승 충격을 잘 보여준다고 WSJ는 전했다. 석유 수입국을 제한한 만큼 공급이 줄어 석유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WTO는 특히 가난한 국가들이 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계화로 기술 이전의 이득을 누려온 만큼 이들이 물가 상승의 부담을 불균형적으로 더 크게 질 수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 은행인 우니크레디트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유엔인권이사회 퇴출이 결정된 것을 예로 프렌드쇼어링의 부작용을 설명했다. 당시 투표에서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진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수입하는 물품의 35%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프렌드쇼어링으로 각국이 얼마나 피해를 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글로벌 공급망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는 전환점을 맞이했지만, 세계화는 여전히 중요하다”며 “블록식 경제는 기업들의 선택지를 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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