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돌연 빚쟁이로
경제난에 스리랑카 디폴트, 파키스탄 총리 축출
해외 재융자 신중 모드로 돌변하자 개도국 아우성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들어간 스리랑카다. 자주 지적되는 것 중 하나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이 자국에 더 의존하도록 ‘부채 함정’ 외교를 추구했고, 스리랑카가 그 첫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중국의 부채 함정 외교에 최근 새로운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그동안 돈을 마구잡이로 풀었던 중국이 이제는 거꾸로 ‘채권추심원’처럼 행동하면서 신흥국에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만 건설은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스리랑카는 2010년 신설한 함반토타 항구가 줄곧 적자를 내자 2017년 중국 국유기업인 초상국항구와 99년짜리 운영권 계약을 맺었다. 운영권을 빌려준 대신 차입금을 조달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국에 돈을 빌린 신흥국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중국이 스리랑카는 물론 자국 대외융자 전반을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은행(WB)의 세바스티안 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기고에서 “중국의 대외융자 열풍은 거의 끝났다”며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신규 대출에서 원리금 상환을 제외한 순이전은 2016년 정점을 기록한 후 2019년과 2020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개도국 채무 재편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중국이 불확실성 요소로 부상하면서 더 골치 아픈 상황이다. 그동안 개도국 채무 재편에는 1956년 출범한 파리클럽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파리클럽은 미국 등 22개 채권국이 모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연맹체로, 문제는 세계 최대급 채권국이 된 중국이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개도국의 채무 재편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파리클럽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공시한 바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하는 ‘채무 서비스 중단 이니셔티브(DSSI)’의 지원을 받는 개도국의 중국 차입비율은 2006년 2%에서 2020년 1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파리클럽 회원국에 대한 차입비율은 28%에서 10%로 급감했다.
한 마디로 중국은 지금까지 수많은 국가를 부채 함정에 빠뜨려 왔는데, 이제는 태도를 바꿔 비밀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채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혼 WB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의 대외융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고 중국이 대출을 연장하는 데 더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중국과 밀접한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거의 전 지역에 걸친 개도국 수십 곳의 자본 흐름과 부채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