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해결 안 되면 겨울철 에너지 대란…기대인플레이션 통제 어려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꺼내 든 ‘강한 매’(자이언트 스텝)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자이언트 스텝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선 ‘푸틴플레이션’(푸틴과 인플레이션 합성어, 러·우 전쟁발 인플레이션 지칭)이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6일 “코스피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는 재료 소멸로 추가 하락이 쉽지 않고, 기술적으로 단기 반등이 나올 수 있는 수준까지 하락했다”라며 “향후 단기 하락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전일 종가 기준 코스피 60일 이평선 이격도는 91.9%”라며 “일반적으로 90% 수준에서는 강한 반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단기 하락 가능 폭은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속도 우려는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며 “살얼음판이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정점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도하기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는 자이언트 스텝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탓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많은 요인이 연준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 점이 연착륙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이 통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유동성발 물가압력 △자산가격 상승발 물가압력 △강한 수요견인발 물가압력 등이 꼽힌다. 통제력 밖의 인플레이션 압력으론 △펜데믹발 공급망 차질 △이상기후와 전쟁에 따른 에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발 인플레이션 △신냉전 분위기 확산에 따른 신공급망 리스크 등이 지목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우크라이나 사태”라며 “9월 FOMC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겨울철 에너지 대란 우려 등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출구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시장 기대를 충족했다는 점에서 국내도 단기 안도감은 형성되겠지만, 지속가능성은 의문”이라며 “국내 경기나 글로벌 수입 수요 관점에서 크게 반전될 요소는 없어 당장 ‘V자 반등’을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