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으면서도 소비자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은 코웨이의 손해배상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코웨이 정수기 소비자들이 코웨이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은 코웨이가 각 소비자에게 위자료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2015년 7월 소비자들은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금속물질이 나온다고 제보했다. 코웨이는 제보와 직원 보고를 바탕으로 2015년 8월 자체 조사를 벌였고 얼음 냉각하는 구조물인 증발기에서 니켈 도금이 벗겨져 냉수탱크 등 마시는 물에 섞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조 정수기 중 일부에서 니켈도 검출됐다.
코웨이는 조사 결과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1년 뒤 언론 보도에서 이 사실을 접한 소비자들은 코웨이 상대로 제조물책임법 위반, 불법행위, 계약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각 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코웨이에게 계약상 부수적 의무로서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등 중금속이 검출된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지 △계약상 부수적 의무인 알릴 의무 위반에 대해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은 "계약 당사자로서 해야 할 고지의무를 위반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계약 내용과 제반 상황의 경과 등을 볼 때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 판결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정 등을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의무는 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이후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유지된다"며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자이고 상대방이 소비자라면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고지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코웨이가 적절한 조처를 하면서도 그 이유를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대책으로 얼음정수기 내부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했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원고(소비자)들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관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니켈이 검출된 정수기는 이미 단종된 제품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판결한 제품은 이미 수년 전 단종되거나 회수된 제품"이라며 "현재 사용되는 코웨이 얼음정수기와 무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