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된다.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투자를 마음먹은 투자자들이라면 디폴트옵션을 선택하기 전 퇴직연금 제도와 가입 중인 금융상품을 꼼꼼히 살펴 보는 게 먼저라고 조언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조6000억 원이다. 수익률은 2.00%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가입자들이 제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금융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선 일찌감치 디폴트옵션을 택하고 있고, 연평균 수익률도 6~8%로 높은 편이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IRP는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라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다. DB형 또는 DC형을 택하고 있는 회사의 근로자도 추가로 IRP에 가입할 수 있다. 이번에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 가입자에게만 적용된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58%(171조5000억 원)에 달하는 DB형은 제외됐다.
디폴트옵션을 선택하기 전 지금 운용 중인 금융상품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의 86.4%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들어 있다. 수익률(연간 기준 1.35%)도 저조하다.
그러나 원리금보장형 외에도 DC형과 IRP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회사), 상장인프라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위험자산은 적립금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주식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펀드나 채권 ETF를 제외한 ETF 등이 해당한다. 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하거나 레버리지·인버스 등으로 설계된 고위험 상품은 금지돼 있다.
마지막으로 디폴트옵션을 정할 때는 자신의 은퇴 시점과 투자 성향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디폴트옵션 대상 상품은 △원리금보장형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드펀드 △사회간접자본(SOC)펀드 △펀드·원금보장 혼합 포트폴리오 등이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건 TDF다. 투자자의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분산 투자해 준다. 퇴직연금 운용을 어렵게 느끼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TDF 뒤에는 은퇴 시점에 따라 2030, 2040, 2050 등으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숫자를 고르되, 투자 성향에 따라 이보다 낮은 숫자나 높은 숫자를 고를 수 있다. 만약 2040년에 은퇴하려는 투자자가 보수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2030 빈티지를 고르는 식이다. 해당 상품은 2030년에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계좌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과세 이연 혜택을 볼 수 있어 부과된 세금이 연금 수령 시점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은퇴 계좌의 특성상 국내 ETF보다는 해외에 투자하는 ETF가 유리하고, 노후 보장의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투자처를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채권형 ETF나 TDF ETF와 같이 퇴직연금을 100%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있어 선택 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장기적으로 은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