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감사인 지정제도’ 개편…자본시장의 회계투명성 제고 목적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감사인 지정제 보완에 나선다. 회계법인의 감사역량에 부합하는 감사인 지정을 통해 부실감사 위험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또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가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변경을 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최근 기업 회계부정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감사 품질이 높은 기업 및 회계법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 동안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로 2020년부터 시행됐다. 기업이 회계법인을 장기간 자율 선임하면 '상하관계'가 형성돼 부실감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도입됐다.
개정안의 골자는 △기업ㆍ감사인군(群) 분류 개선 △감사품질 관련 사항을 감사인 지정제도와 연계 △특정 회계법인 쏠림현상 완화 △비상장사 감사인 역량 활용 △지정감사 비중 합리화 등이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9월 중 금융위 의결을 거쳐 2023년 사업연도에 대한 감사인 지정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먼저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 상장 기업은 감사품질관리 수준이 가장 높은 회계법인이 지정감사를 한다. 기존 기업군은 직전년도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5개 군으로 분류돼 4개 군으로 분류된 감사인군 체계와 상응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기업군의 기존 나, 다 군을 통합해 4개 군으로 축소해 기업군과 감사인군 분류군을 동일하게 통일했다.
또 감사인 지정군을 강화해 품질관리인력, 손해배상능력 등 투자자 보호 중심으로 개선된다. 기존 감사인은 감사품질관리 여부와 관계없이 회계사 인력 충원 등 회계법인의 외형 확장만으로도 상위군으로 진입이 가능했다. 감사인 지정이 오히려 대형기업 외부 감사의 품질과 강도를 저하시키고 부실감사 발생 시 손해배상여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감사 품질관리평가도 새롭게 도입된다. 감사품질개선 노력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주권상장법인 등록 감사인 가산점수 지표를 폐지하고, 품질관리지표를 마련해 감사인 지정점수에 반영한다. 품질관리평가 중 계량지표 점수(총 100점 환산)가 85점 이상이면 10%, 80점 이상일 경우 5%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부실감사에 따른 지정제외점수 부과 효과를 확대하고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개선 노력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위험이 높은 기업은 하향재지정을 제한한다. 하향재지정 제도는 감사보수 협상시 기업이 해당 기업군보다 상위군의 감사인을 지정받은 경우 지정사유와 무관하게 하위군 감사인으로 재지정 요청이 가능하게 내용이다. 2019년 도입된 이후 중견회계법인(나~라 군)이 회계사 수 대비 많은 기업을 배정받는다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비상장사 감사인 지정방식도 변경된다. 감사품질 역량을 갖춘 상장사 미등록 회계법인에게 중규모 비상장사(자산 5000억 원 미만이며,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이 아닌 기업) 2개 사를 우선 지정한다. 품질관리수준이 우수한 회계법인은 1개 사를 추가 배정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정감사 비중 합리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장사 지정비율은 △2018년(13.7%) △2019년(37.1%) △2020년(46.7%) △2021년(54%)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정감사제도 확대로 인해 매년 상장법인 중 절반이 넘는 기업이 지정감사를 받아온 셈이다. 금융위는 연내 지정감사 비중이 전체 감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정화될 수 있도록 직권지정 사유 재정비, 지정 기간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단기적으로는 최근 감사인 지정제도 확대에 따라 발생한 보완 필요사항을 신속하게 정비하겠다"라며 "감사인 지정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은 지정제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부터 '회계개혁 평가·개선 추진단' TF를 꾸려 감사인 지정제도 자체에 대한 실무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