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 인플레만 문제 아냐…기후변화로 전망 한층 악화

입력 2022-07-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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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 이어 이상 기후까지 경제 발목
독일서 폭염으로 라인강 수위 낮아져 운송 중단
프랑스, 하천 수온 상승에 원전 가동 제한
7월 유로존 PMI, 25개월래 최저치...3분기 전망 악화

▲폭염과 가뭄에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와 스위스 서부 경계선을 흐르는 두강( Doubs river)이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아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공격적인 긴축은 유럽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위험이 있는데, 여기에 이상 기후까지 겹치면서 경제 전망을 한층 더 어둡게 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유럽에선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가 공급망과 에너지 공급 등 경제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독일에선 화학 물품과 석탄, 곡물 등을 운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던 라인강의 수위가 폭염으로 지나치게 낮아졌고, 이에 수상 운송이 중단되면서 공급망 문제가 심화한 상태다. 독일 연방 수문연구소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서부에 있는 카우브 수문의 물 흐름은 평균의 45%에 그치고 있으며 수위는 8월 말까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이체방크의 에릭 헤이만 애널리스트는 “이는 공급망에 대한 또 다른 방해이자 전력 공급에 대한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독일 키엘세계경제연구소는 “물 부족 상태가 한 달 간 지속하면 독일 산업생산이 약 1%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에선 하천의 수온 상승으로 인해 원전의 냉각수 방류가 제한되면서 에너지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70년 만의 가뭄에 콩에서 치즈에 이르기까지 농가의 작물 생산이 큰 차질을 빚는 실정이다.

그 결과 유럽연합(EU)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6%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과 가뭄 등 이상 기후가 현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제 발전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7월과 9월 사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을과 겨울 유럽 경제는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이탈리아 에너지 인프라 업체 스냄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마르코 알베라는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줄이지 않더라도 시장은 매우 타이트하다”며 “가정과 기업의 올여름 높은 전력 수요로 인해 겨울을 대비해 보존해야 할 공급분이 잠식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공개된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당장 이 같은 우려를 심화하고 있다. 7월 유로존 PMI는 49.6을 기록해 지난달(52.1)과 시장 기대치(51.0)를 모두 밑돌고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PMI는 7월 기업 활동이 후퇴하고 향후 지표가 앞으로 몇 달 간 더 나빠질 것임을 시사했다”며 “3분기 유로존 경제는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주문의 급감과 기존 업무량의 감소, 어두워진 비즈니스 기대감 등 여름철을 맞아 상황이 더 암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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