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으로는 이와 연동된 클라우드 자료까지 압수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성폭력처벌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변호사,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쓴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A 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살펴보던 중 불법촬영물로 의심되는 사진, 동영상을 발견해 확보했다. 이후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진, 동영상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외부저장매체’를 ‘압수할 물건’으로 한 영장을 발부받았다. ‘수색할 장소’는 A 씨의 주거지로 기재했다.
경찰은 영장을 바탕으로 휴대전화를 압수하면서, 휴대전화가 클라우드 계정에 로그인돼 있는 상태를 이용해 클라우드에서 불법촬영물을 확인 후 다운로드 받는 방식으로 불법촬영물을 압수했다.
1심은 A 씨에게 성폭력처벌법 위반 부분은 징역 4개월, 피해자 B 씨, C 씨에 대한 사기와 성폭력처벌법 위반 부분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임의제출로만 불법촬영물이 확보된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는 피고인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에서 사기 범행과 연관없는 범행에 관한 사진, 동영상을 탐색·복제·출력한 것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2심은 B 씨, C 씨에 대한 사기·성폭력처벌법 위반과 D 씨에 대한 사기 사건을 병합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나머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는 1심과 같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클라우드 자료는 압수수색영장 없이 압수한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A 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수색할 장소’에 있는 컴퓨터 등에 저장된 정보 외에 ‘원격지 서버’에 있는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원격지 서버는 소재지, 관리자, 저장 공간의 용량 측면에서 구별되며, 압수수색 방식에 차이가 있고, 저장된 전자정보의 내용이나 질이 다르므로 압수수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전자정보의 범위와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 정도도 다르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휴대전화나 컴퓨터 내 보관된 전자정보 등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한 영장으로 그와 연동된 서버에 보관된 전자정보 등을 압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첫 판단”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