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수출 안전망 강화로 중소 수출 생태계 확대해야

입력 2022-08-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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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8월 중순 기록적인 폭우가 수도권 일대에 큰 피해를 남겼다. 관측 이래 최대였다는 이번 폭우는 기상이변으로 이례적인 시기에 형성된 정체전선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 내 수증기량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날씨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에도 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그간 비교우위에 입각한 효율성 중심의 공급망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경제상황도 밝지 않다.

20년 가까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코로나19 봉쇄정책 등으로 한국 소비재 수입을 줄이고 반도체 장비 등 한국산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면서 대중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까지 대중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992년 8~10월 이후 30년 만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파고도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보여주듯 최근 수출 중소기업의 숫자가 감소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 중소기업 수는 73,93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3개사가 줄었다. 2021년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수출 중소기업이 810개사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것으로 수출 중소기업 감소세가 거세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는 기분 좋은 뉴스의 이면에는 중첩된 악재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출을 포기하거나 폐업한 기업들 역시 증가했다는 사실이 숨어있다. 내수시장이 좁은 우리나라는 그 특성상 수출시장을 개척하지 않고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기가 어렵다.

한 나라의 수출 생태계에서 저변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어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국내 경제를 더욱 든든하게 지켜낼 수 있다. 수출 중소기업 수의 감소가 의미하는 것은 국내 산업 다양성이 축소되고 그만큼 국내 경제구조가 외부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이 아니라도 은행의 지급보증, 자체 충당금계정 설정 등 대외 미결제 리스크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수출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거나, 정보 부족, 비용문제 등이 주된 이유다.

문제는 자금력이 풍부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단 한 번의 수출대금 미결제로도 도산하거나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의 실정에 맞는 수출 안전망 확대가 절실하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달 7일 30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아 미래 경영방침을 담은 중장기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사항 중 하나는 중소기업의 수출 안전망 강화를 위해 무역보험 이용기업을 기존 3만여 곳에서 8만 곳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세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타 수출 관계기관들의 협력체계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얼마 전 정부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 해외콘텐츠 수익과 외국 선박 수리실적을 수출로 인정하기로 한 결정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출이란 개념의 외연이 확장되며 무역보험이 필요한 기업들의 범위 또한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출 안전망에서 소외되는 수출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기민한 대응 또한 필요하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또 한 번 어려운 시절을 맞이하고 있다. 더 넓고 촘촘한 수출 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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