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1114조 따라야…상속개시 전 1년간 증여만 유류분에 산입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년 전에 상속인이 아닌 제3자로 보험금 수령자를 바꿨다면 보험금 수익자에 대한 증여로 봐 상속재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상속인들이 제3자를 상대로 피상속인이 남긴 보험금에 대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11일 피상속인의 배우자인 원고(상속인)가 피고(공동상속인 아닌 수증자)를 상대로 유류분을 청구한 상고심에서, 원고에게 일부 유류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에 따르면 원고는 의사인 망인과 1997년 혼인신고를 마친 배우자이자 망인의 유일한 상속인이고, 피고는 2011년 10월께부터 망인 사망 시점인 2017년 1월께까지 망인과 동거하던 사람으로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유류분 17억여 원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망인은 2012년 원고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지만, 유책 배우자라는 이유 등으로 기각됐는데 이혼 소송 1심 판결 선고일인 2013년 8월 9일 망인을 피보험자로 해서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4건의 생명보험계약 보험수익자를 피고로 변경했다. 2015년 2월에도 1건의 생명보험계약 수익자를 피고로 변경했다.
이후 망인은 2017년 1월께 자살해 피고는 망인이 생전에 계약한 5건의 생명보험계약을 비롯해 전체 9건 생명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로서 망인의 사망보험금 합계 약 12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피상속인 사망으로 인한 상속 개시 전에 증여로 볼 재산이 존재할 경우 이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약 3억1900만 원)과 2심(약 12억6100만 원)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피상속인이 보험수익자인 제3자에게 증여했다고 봄이 타당하고,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이므로 민법 제1114조에 따라 보험수익자를 그 ’제3자로 지정 또는 변경한 것‘이 상속 개시 전 1년간에 이뤄졌거나 당사자 쌍방이 그 당시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뤄졌어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민법 1114조는 유류분에 산입될 증여에 대해 상속 개시 전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해 가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 개시 1년 전을 넘어서는 시점의 증여재산은 상속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법은 “원심은 망인의 각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의 가액이 증여하고 남은 재산 가액을 초과했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않았다”면서 “망인이 피고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한 것이 상속 개시 1년간에 이뤄졌거나 그 당시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뤄졌는지 상관없이 망인이 2013년 8월 9일 이후 납부한 보험료도 증여했다고 판단해 민법 제1114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법 판결은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그 지정 또는 변경일을 기준으로 민법 제1114조에 정한 제한이 적용된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유류분권리자가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경우라도, 한정승인을 한 경우에는 순상속분액을 마이너스가 아닌 0으로 보아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