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백악관 검토 결과 받으면 브리핑 예정
한미회담서 결과 나올 수 있다는 맥락
정부, 현대차 조지아 공장 2025년 완공까지 유예 제안
다만 타분야 이득도 고려…"중립적으로 볼 것"
한덕수 국무총리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배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 밝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한미회담에서 담판을 지을지 주목된다.
한 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IRA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 자체가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스럽다. (다만) 우리 정부와 전 정부가 이렇게 결정돼선 안 된다고 의견을 계속 냈다”며 “(한미회담에서) 우리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논의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서도 용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6일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IRA에 대해 “정상회담은 사전에 의제를 정해놓는 게 아니다. (다만) 양 정상이 (IRA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기본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미 기업이나 정부가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RA 전기차 문제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 각급에서 미 측과 협의하고 있다. 입법이 완료된 사안이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미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하는 방식이다. 김 실장에 따르면 NSC가 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중이다.
정부는 시행령이나 지침 이행 과정에서 전기차 보조금 배제 조치를 유예하는 안을 제안했다. 조지아주에 현대차 전기차 공장이 들어서는 오는 2025년까지 유예하고, 보조금 지급 기준인 최종 조립 지역 범위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까지 넓히는 내용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NSC 검토 결과를 전달받으면 직접 브리핑을 할 방침이다. 정부와 기업 각급에서 협의한 내용까지 고려해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에 “NSC 검토는 김 실장이 밝힌 만큼 결과가 나오면 대통령실에서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 설명에 나선다는 건 윤 대통령이 한미회담에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정부가 제안한 대로 결론을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IRA에 따른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달리 적용하기 쉽지 않아서다. 더구나 이차전지와 태양광 등 IRA로 경쟁국인 중국을 따돌려 반사이익을 보는 산업 분야도 있어 정부에서는 전체 국익이 높은 방향으로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에 “IRA로 인해 득을 보는 산업들도 많아서 정부로서는 중립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피해만 부각시켜서 보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IRA가 실제로 큰 피해로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가 차량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현대차 특성을 고려하면, 5만5000달러 이상 승용차·8만 달러 이상 SUV 및 픽업트럭과 1인 소득 연 15만 달러 이상·부부 합산 소득 연 30만 달러 이상 소비자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IRA는 오히려 고급차 브랜드를 위축시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