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장기화에 대비해 예의주시할 것"
13년 6개월여 만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환율에 민감한 항공·철강·자동차 업종은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서자 앞으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항공기 리스비와 유가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업 특성상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영업비용이 그만큼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환율변동을 우려해 환 헤지(위험회피)를 하고 있지만 외화 지출이 외화 수입보다 많고 외화 차입금 비중도 높아 환율이 오르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5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 상승하면 3585억 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한다. 이들 항공사가 올해 경영 계획을 세울 때 예상했던 환율은 달러당 1150~1200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CC(저비용항공사)의 환율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LCC 업계는 3분기에 일본, 중국 노선 확대 등 여객수요 증가로 인해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환율이 치솟으면서 적자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CC 관계자는 “대다수가 리스(대여) 항공기이며 항공유 구매 등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달러 기준”이라면서 “환차가 크면 그에 따른 손실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원자재를 거의 수입하는 철강업계도 고환율에 대한 부담이 크다. 다만 현대제철은 벌어들인 외화로 수입대금을 결제하는 위험 분산 방식인 ‘내추럴 헷지’를 통해 대응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도 다양한 통화의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달러와 유로, 엔화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법인세차감전 순손실은 약 311억 원이다. 원화대비 유로가 5% 상승하면 약 113억의 세전 순손실이 발생한다. 14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당장 영업이익 상승세를 끌어낼 수 있으나 상황이 지속되면 원자재와 부자재 구입비, 운송료 등에서 부담이 커진다. 환율 상승만큼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공급받는 핵심부품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 나선 자동차 기업 대부분이 현지 통화 대신 달러와 유로 등으로 결제 수단을 단순화하하고 외화의 유입과 유출을 시기를 일치시키는 등 환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당장 영업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기업의 근본 경쟁력 향상에 기인한 결과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당장의 큰 손실은 없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공장을 지어 현지 생산과 판매를 늘리고 있어 환율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다양한 결제 통화를 사용하는 등 환헤지 시스템도 다양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선업은 선박 건조 대금을 달러로 받는 만큼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강달러가 글로벌 경기에 주는 부담으로 선박 발주가 줄어드는 등 좋지 않은 영향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