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치솟는데 "걱정말라"는 정부...전문가들 "통화 스와프 추진해야"

입력 2022-09-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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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 (로이터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13년여만에 최고치...스테그플레이션 우려
“한미 통화스와프 추진ㆍ수출 경쟁력 재고 대책 필요”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지만 정부는 긍정론만 반복하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원화가치가 아직 저평가로 접어들지 않았다 논리를 내세워 "과도하게 불안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고환율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는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환율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2일 종가 기준으로 1409.7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26일에는 1431.3원으로 치솟았다. 달러당 환율이 1430원 선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7일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로 내려왔지만 언제 또 다시 1430원 이상으로 급등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원·달러 환율 급등 배경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지속과 우크라이나 사태발 유럽 에너지 수급 위기,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달러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영국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달러 선호 현상은 더 강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말까지 1.25% 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심화돼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환율 급등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는 점이다. 달러로 사들이는 원자재 등 수입제품 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상승률을 0.06%포인트(P) 끌어 올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 급등은 물가 상승을 부추겨 소비 침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나타나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고용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재의 고환율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화의 7월 실질실효환율이 101.4(2010년=100)로 아직 100보다 높기 때문에 유로화(90.1), 엔화(58.7) 등 다른 국가 통화와 비교해 저평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통화가 다른 나라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TV 방송에 출연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지만 미국만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킹달러' 현상"이라며 "원화 가치만 떨어졌던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세개 9위 수준의 외환액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불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 안정화를 위한 외환당국의 연이은 구두개입과 달러 매도 등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점, 한미 통화 스와프 재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고환율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미 연준이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본격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사실상 우리 통화가치의 폭락을 불러오고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우리 통화당국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한국 통화스와프 추진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환율이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장기화하고 있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도 달러 유입 감소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수입물가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수출 경쟁력 제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성 교수도 "통화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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