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3고(高) 등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 위해 ‘4대 정책과제’를 제안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와 대출만기연장 조치 연착륙 등을 시급한 사안으로 꼽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2일차인 28일 간담회를 열었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인력난 등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할 정책제언을 주제로 진행됐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65.0%)은 최근 경제상황을 '위기'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응답자 10개사 중 2개사는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지금의 경제 위기가 장기화 할 것으로 내다봤다. 10개 사 중 9개사(86.8%)가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최소 1년 이상 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절반(50.2%)을 넘었고, 내후년 이후까지로 보는 응답자도 36.6%에 달했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촉발된 고물가를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원자재가격 급등'’(76.6%)이었고, '금융비용(이자) 부담 증가'(13.5%), '환율 상승'(7.1%), '인력난 심화'(2.8%)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 10개사 중 8개사(72.8%)가 작년보다 비싼 가격으로 원자재를 구매하고 있지만 가격상승분을 납품단가나 판매가에 전부 반영한 기업의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 6월 중기중앙회의 조사 결과 원재료 가격은 전년 대비 47.6%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 인상률은 10.2%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감소했다.
중소기업들은 고물가 상황에서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원자재가격 및 수급정보 제공 지원 강화’(67.8%), ‘원자재 구매금융·보증 지원 강화’(35.6%), ‘납품단가 연동제 조속한 법제화’(33.2%) 등을 꼽았다.
금리인상도 부담이다. 최근 고금리 현상으로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기업은 10개사 중 7개사(69.2%)에 달했다. 그러나 기업 대부분(99.6%)이 고금리 리스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현재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고비용 경제구조를 개선해 중소기업의 위기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망 위기대응을 비롯해 △중소기업 금융비용 부담 완화 △고용·노동정책 대전환 △중소기업 혁신성장 여건 마련 등 4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원자재 가격상승 및 공급망 위기대응을 위해선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속한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봤다. 정부 조달시장 계약대금 조정제도 활성화와 정부의 원자재 비축 확대 방안도 꼽았다.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선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귀책사유가 없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대출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고용·노동정책 대전환을 위해 △주52시간제 유연화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보완 △외국인력 도입제도 개편 방안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방안으로는 스마트공장의 지속적인 확산과 지원,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어 온 중소기업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인력난 등 4중고에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했다"며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와 대출만기연장 조치 연착륙, 대·중소기업의 노동시장 격차 해소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김 회장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발표한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 보고서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화하면 수급 사업자의 일감이 감소하거나 최종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회장은 "연동제는 거래 질서를 잡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