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빈손으로 돌려보낸 사우디 왕세자, ‘국왕 몫’ 총리 임명

입력 2022-09-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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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버금가는 권한 얻어
이미 실세지만, 그간 부총리직이 국정운영 걸림돌
증산 요구하며 찾아온 바이든 돌려보내 국제사회 주목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7월 28일 프랑스 엘리제궁에 도착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빈손으로 돌려보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아버지인 국왕에 버금가는 권한을 얻으며 입지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아들 무함마드 왕세자를 총리로 공식 임명했다.

이미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실질적인 권력자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부총리를 역임한 탓에 국정 운영에 제한적인 부분이 있었다. 부총리직은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회담을 피하는 핑계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랬던 왕세자가 그동안 국왕이 맡아온 총리 자리에 오르면서 왕위 계승을 위해 권력 기반을 한층 다질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선 오래전부터 건강 악화설이 있던 국왕의 안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사우디 왕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살만 국왕의 건강과는 관련이 없으며 왕세자가 부총리 직급으로 정부 수반과 국가원수들을 상대하는 어색함을 제거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과거 무함마드 왕세자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미국 등 서방과 거리가 멀어졌지만,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속에 주요 산유국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엔 “사우디를 왕따시킬 것”이라던 바이든 대통령이 증산을 요구하기 위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해 왕세자를 만났지만,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오히려 사우디는 이후 감산 뜻을 내비치면서 미국과 주도권 다툼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무함마드 왕세자는 국방과 경제, 안보 등 사우디 정책에 전방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최근엔 국부펀드를 통해 미국프로골프(PGA)를 위협하는 ‘LIV골프’를 출범하고 유럽을 순방하는 등 이미지 변신을 통한 국제사회 복귀에도 애쓰는 모습이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존 알터만 중동 디렉터는 “왕세자가 총리직으로 옮기는 게 주요 정책 변화의 신호가 될 것 같진 않다”며 “이번 조치는 그가 장관들의 의제를 주도하는 모습을 성문화하고, 또 대외적 측면에서 공식적으로 정부 수반에 오르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왕세자의 형제인 칼리드 빈 살만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도 각각 국방장관과 에너지장관에 임명돼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한층 더 힘을 실어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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