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층간소음, 이제는 달리 접근해야 할 때

입력 2022-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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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의 원인을 알게 되면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게 됩니다” 한 층간소음 전문가는 이같이 말했다. 소리를 내는 대상이나 그 소리가 발생하는 이유 등 여러 정보를 알게 되면 민감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랬다. 지금 사는 집은 두 벽면에 창이 크게 나 있다. 처음엔 채광이 좋겠다 싶어 덜컥 계약서를 썼지만, 하룻밤을 지내니 후회가 밀려왔다. 그 큰 창으로 바로 옆 도로에서 자동차 소음이 함께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소음 때문에 잠도 설쳤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한 번도 깨지도 않고 잔다. 소음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이해가 되자 신경이 덜 쓰이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 문제도 다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으로 인한 전화 상담 서비스 접수 건수는 4만659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4만2250건 대비 약 10%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2만6257건과 비교하면 77%나 늘었다. 여전히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사건도 잊을만하면 뉴스에 나온다. 최근에는 윗집에 보복을 위한 여러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고, 심지어는 보복 전용 스피커까지 등장해 판매되기도 한다.

정부는 층간소음을 잡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였다. 문제는 이번에도 과거와 똑같은 해결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8월 층간소음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힘쓰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 결과가 우수한 기업에 분양보증 수수료를 최대 30% 할인하고, 바닥 두께를 더 두껍게 하면 공사비 분양가 가산과 더불어 용적률도 높여주기로 했다. 이런 방식은 이제까지 나온 것과 다를 바 없다. 아파트 슬래브 기준은 30년 사이 2배 가까이 두꺼워졌지만 해결은커녕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다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갈등을 겪는 사람들을 중재할 수 있는 층간소음 상담가를 전문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 중재 자리에서 직접 얼굴을 맞대면 소음을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기 위해선 현재 환경부가 맡은 상담가 교육과 국토부가 맡은 아파트 관리 등 분담 체계를 통합할 필요도 있다. 이제는 정말 층간소음 해결에 달리 접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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