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이전 문제가 정치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소진공이 대전 내 원도심을 떠나 신도심으로 청사 이전을 계획하는 것을 두고 일부 여야 의원들은 강력히 질타했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박영순 더불어민주당(대전 대덕구) 의원은 “청사 이전을 대전 중구에 유치해야 할 판에 소진공 청사를 빼서 개장한지 1년밖에 안 되는 건물에 들어가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을 질타했다.
박영순 의원은 “소진공은 이전 이유에 대해 첫째로 사무공간 부족을 들었는데 지금 있는 공간보다 이전하려는 공간이 더 작다”며 “둘째로는 건물노후화에 따른 열악한 업무환경을 들었는데 지금 입주해 있는 건물도 3년 전에 많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고 말했다.
박성효 이사장은 “중구 내 많은 건물을 조사했지만 들어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며 “(리모델링을 한 것을) 알고 있지만 (근무 환경이 나아진 것에 대해) 그렇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박영순 의원은 예산 편성 문제를 제기했다. 2023년도 예산안에 이전 예산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졸속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대희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소진공이 제출한 이전 관련 필요예산은 15억 원가량인데, 현재까지 단 한 푼도 확보가 안 돼 있다”며 “재원조달 방안으로 민간차입 또는 2023년도 예산안 반영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희 중기부 실장은 “소진공 예산이 별도로 반영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정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이전 계획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철규 국민의힘(강원도 동해시, 산자위 간사) 의원도 “소진공 청사를 굳이 신도시로 이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수도권 공공기관도 쪼개서 분산됐는데 소진공만 대전 유성구나 세종시에 가겠다는 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서 대다수 의원 질의에선 소진공 임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보단 원도심을 떠나냐의 초점이 맞춰졌다. 소진공 직원의 평균보수는 2020년 기준 4909만 원으로 중기부 산하기관 11곳 중 최하위다. 코로나19 사태로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융자지원 등 소상공인 관련 업무가 폭증하면서 최근 5년간 소진공 임직원의 퇴사율은 26%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일부 의원들은 소진공 청사 이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소상공인 수는 8년 동안 2.2배 증가하고 공단 민원 수는 3년 만에 18.3배나 증가하며 민원이나 행정 수요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면서도 “900명밖에 안되는 직원들은 처우 불만으로 90명이나 그만두는 상황에서 소진공이 어떻게 운영되겠냐”라고 말했다.
박성효 이사장은 “참 고마운 말씀이다. 직원들의 환경이나 처우를 볼 때 공직생활한 저희 기준으로 보면 공무원보다 훨씬 못한다”며 “(현 청사에) 어떠한 복지시설도 없으며 휴게실 조차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는 해결이 잘 안 되기 때문에 근무여건이라도 해결해주는 것이 이사장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원도심 활성화의 개념은 소상공인 400명이 점심 먹는 데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정책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