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부동산 침체 맞물려…이자 부담 커 진행사업도 중지”
“은행에 충격 줄 정도는 아냐”
시행사 중 약 20% 도산 우려…내년 더 문제…모니터링 필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금리에 주택 시장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PF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최근 금리가 높아지다 보니 원래 시행사에서 개발이익을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라며 “현재 PF 금리가 10%가량 되는데 10% 이상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발사업을 하게 되면 나중에 분양 완판이 돼야 대금을 갚을 수 있는데, 고금리와 수요 축소 등으로 PF 위기가 커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부동산 PF는 과대평가 돼 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시장에서 얘기하고 있다”며 “PF 이자가 8~9% 이상이 되더라도 받을 수만 있다면 받겠다는 시행사도 있다. 그럼에도 은행 자체에서는 아예 PF를 스톱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 소장은 “PF가 이뤄지지 않고, 금융 이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다 보니 진행하던 사업들도 중지되고 있고, 반면에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자도 없어 건설 공급이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금융 이자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부도 나는 건설업도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성기 나이스신용평가 SF평가본부 실장은 “고금리 영향도 있고, 최근에 강원도 ABCP 이슈도 있어서 유동화시장 자체가 유통이 안 되고,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라 조달 수단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대출(loan)이 아닌, 유동화로 조달하는 PF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게 지금 막혀있고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부동산 PF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다”며 “경제가 위기라고 얘기할 때는 대부분 은행 쪽에서 문제가 생기는데 부동산 PF가 은행 쪽으로 충격을 줄 정도는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 PF 대출과 관련한 캐피탈사나 저축은행, 보증을 선 증권사 쪽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위기 수준으로 진입하는 단계로 본다. 연체율이 아직 높지 않다”라며 “지금은 주의 단계로 규모나 연체율 면에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연체율이 높아지고, 현재의 PF 대출 규모가 8조 원인데 10조 원을 넘어설 경우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위기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은 금융당국에서 점검이 필요한 수준 정도로 본다”라고 밝혔다.
내년 부동산 PF 시장 전망도 암울하다. 서진형 대표는 “시행사 약 20%가 도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내년 PF 시장은 금융사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수익률보다는 회수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자금을 운용할 가능성이 커 시장이 마비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도심 같은 경우는 완판 가능성 있지만, 대부분 외곽 개발을 많이 하다 보니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상 센터장은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서 조정이 상당 기간 길어질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부터 지방의 중소형 저축은행, 중소형 증권사, 캐피탈사들의 문제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기 실장은 “유동화 시장에서 자금이 돌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이것들이 돌 수 있게 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펀드 같은 데에서 유동화증권을 매입할 방안을 열어준다든지, 일시적으로라도 유동성을 공급할 방안 등 숨통을 좀 틔워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종완 원장은 “현장점검을 통해 사업장의 부실화 실태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PF의 상환 연장, 유예 정도의 대책을 세울 필요는 있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