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 등 건설현장 사고 되풀이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가 선행돼야”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 시행된 후 9개월이 지났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이 안전 의식이 과거 수준에 머무는 상태에서 징벌적 처벌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구조적인 개선이 현장에 안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전날 안찬규 SGC이테크건설 대표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청업체인 삼마건설, 제일테크노스의 현장소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앞서 21일 경기 안성시 원곡면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거푸집이 무너져내려 작업 중이던 근로자 5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관계자는 “하부 지지대 조립도를 작성하지 않았고, 콘크리트 타설 방법도 준수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무 위반이 없는지 따져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을 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에서는 안전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경기 이천시 백사면의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서 근로자 4명이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근로자 7명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근로자 일부가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는 올해가 중대재해를 감축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기대를 내비쳤으나 현실은 사망자 수가 전년보다 많은 실정이다. 올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난달 15일까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건설 규모 50억 원 이상인 기업 일터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157명으로 전년(154명) 대비 오히려 3명 늘었다.
대형 건설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의원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산재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원·하청업체 산재 발생 건수는 △2017년 758건 △2018년 1207건 △2019년 1309건 △2021년 1519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802건이 발생했다.
중대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지만 정부가 이달 예고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 마디 말보다 원·하청 구조 등 기형적인 국내 산업 생태계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며 안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간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도입 취지보다 법률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산업재해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먼저 세밀히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