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감사선 ‘지침 미준수’·‘수의계약 선정 불명확’ 등 지적
불투명한 게임 등급 분류 등으로 게이머들의 공분을 산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용자들은 게임위가 게임물 등급분류 과정에서 공정성을 잃었다며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게임위의 등급분류 시스템 구축사업 비리 의혹 관련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 위한 연서명을 받는 자리에 508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 국민감사청구는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커다란 의미를 담은 걸음”이라며 “31일 즉시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앞서 이 의원은 게임위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게임위는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총예산 38억8000만 원을 들여 2019년 전산망을 납품받았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현재 5개 서브시스템 중 2개가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는 등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은 게임위가 개발 외주를 받은 업체로부터 아무런 배상도 받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다만 이 의원 측은 검찰 고발이 아닌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감사청구제도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18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의 연서로 청구할 수 있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청구심사위)에서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감사실시 결정일부터 60일 이내에 감사가 종결된다. 청구심사위는 김경호 제1사무차장, 현완교 제2사무차장, 이상욱 국민감사본부장 등 감사원 당연직 3명과 교수,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자, 언론인 등 외부위원 4명으로 꾸려진다.
이 의원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내부징계가 필요한 사람에겐 내부징계를, 법적인 처벌이 필요한 심각한 수준의 비위는 검찰 이첩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3년간 게임위 종합감사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게임위의 운영·관리, 수의계약 등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지적이 있어왔다.
2019년에는 위원회 업무측정과 업무분장, 근무성적 계획 부재·평가제도 운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의계약 비중이 너무 크고, 불법게임물신고 포상심의제도의 업무활동비가 과다 집행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외출장관리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특히 퇴직금 지급 기한을 연장한 후 지급, 정보화 사업 관련 반복적인 연장계약 체결 등 건에 대해서는 책임자·담당자를 징계해야 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게임위의 2020년 활동에서는 위원회 재물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등 자산관리 업무가 부적정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자산의 구매, 검수 절차도 미흡하고, 정보화 자산의 기준과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감사팀은 이에 대해 경영지원팀 경고 요구 등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등급분류 관련 심의지연, 심의예정일 통지 결정 등이 미흡했고, 지연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또 문서관리도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아 경고 등 처분이 요구됐다.
지난해에도 게임위 운영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 재지정 관련 위원회 일상감사의 범위와 절차 지침, 위원회 위임전결규정, 심사기준 및 심사방법 지침 등이 모두 준수되지 않았다. 이에 감사팀은 자율지원부장과 자율서비스팀을 경고하고 사업 책임자, 담당 직원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의계약 수행자 선정 사유가 불명확하거나 연구용역 사업수행자 선정, 결과평가 일관성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복무 관련 위반자에 대한 불이익조치가 있지 않고, 업무추진비가 정정하게 집행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