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진 한미 금리차]고환율·자금경색에 시름하는 기업들…내년 실적도 먹구름

입력 2022-11-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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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마침내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한·미 간 금리 차가 다시 1%p로 벌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외화 빚이 많은 기업의 비용 부담도 덩달아 늘어난다. 한국도 미국을 뒤따라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은 또 다른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어서다.

3분기 한 차례 낮아진 실적 눈높이는 4분기에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3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의 기관이 추정한 코스피 상장사 182개의 합산 영업이익은 38조9493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 44조3159억 원보다 약 12.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4.46% 줄어든 28조3969억 원으로 추산됐다. 연초 이후 국내외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 달러 강세 등 복합 위기가 작용한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로 상단 기준 한국(현행 3.0%)과 1.0%p 차이가 난다.

한국은행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해도 연준이 12월 FOMC에서 빅 스텝이나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금리 역전 폭은 최대 1.75%p까지 확대된다. 한·미 금리 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은 물론 원·달러 환율도 재차 급등할 수 있다.

높은 금리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가파르게 오른 환율은 비용 부담을 키운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아지거나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기 리스비, 유류비 등의 비용을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사의 경우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5055억 원, 4163억 원의 외화환산손실을 기록했고, 환율이 10원 오르면 각각 약 350억 원, 284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금리 차를 좁히기 위해 한은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각에선 오히려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는 우량기업 회사채마저 미매각되는 사례도 있었다. 전날 흥국생명은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연기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을 키웠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이 위축된 가장 큰 요인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단기자금시장의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서 레고랜드라는 이슈 발생이 겹쳐진 결과로 해석된다”며 “확실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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