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현수막 게시…'조 단위' 재건축 공사에 수주 경쟁 일찌감치 시작
대형 건설사들이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요 건설사는 최근 시범아파트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통과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주민 눈도장 찍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신통기획 추진으로 여의도 내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빠른 사업 추진이 예상된다. 여기에 수익성이 큰 서울 내 핵심 단지인 만큼 앞으로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1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이번 주 초부터 대형 건설사의 신통기획 통과 축하 현수막이 일제히 내걸렸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시공 능력 상위 업체들이 대거 몰렸다.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은 자사 최상위 브랜드인 ‘아크로’와 ‘써밋’을 대놓고 강조하기도 했다. 몇몇 업체는 일반 현수막 크기보다 1.5배 이상 큰 현수막을 내걸고 오가는 주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40대 입주민 A씨는 “신통기획안 통과됐다고 했을 때 별 느낌이 없었는데 현수막을 보니 조금 실감이 난다”며 “지난 장마 때 폭우가 쏟아지자 집안에 물이 샜는데 이게 밖에서 들어온 건지 내부 하수관이 낡아서 들이친 건지 알 수가 없어 입주민끼리 한참 얘기한 적도 있었다. 빨리 재건축돼 새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신통기획에 올라탄 만큼 빠른 사업 진행이 예상된다. 또 여의도 시범은 총 1584가구로 여의도에서 가장 큰 단지다. 앞으로 여의도 미성, 공작, 목화 등 줄줄이 재건축이 예정돼있는 만큼 선점 효과를 위해서라도 대형 건설사는 시범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대형 건설사는 서울 내 핵심단지서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이나 울산 등 지방 대형 정비사업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대형사 입찰 경쟁이 시들하지만, 서울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장기 사업으로 진행되므로 당장 부동산 시장이 어렵더라도 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해 수주고를 올려놔야 한다”며 “특히 서울은 지방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데다 여의도나 강남, 용산 등 핵심지는 서울 안에서도 사업성이 더 좋아 건설사 입장에선 놓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재건축 사업비 규모가 ‘조 단위’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앞서 용산구 한남2구역은 1537가구를 짓는데 7908억 원의 공사비가 책정됐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한남2구역처럼 단지를 고급화해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가구 수는 한남2구역보다 약 1000가구 더 많은 2472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인 만큼 공사비는 단순 계산으로도 약 1조28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신통기획안 통과 다음 단계인 정비계획변경과 지구단위계획 인가 절차를 준비 중이다. 시범 소유주들은 정비계획변경을 위한 주민동의서 모집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지난 1971년 준공돼 올해 52년 차를 맞은 노후단지다. 2017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됐지만, 2018년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보류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