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될 경우 ‘일사부재’ 원칙에 따라 정부 새 예산안 짜야
문제는 경색된 여야 관계
준예산 가능성 거론되지만, ‘과도한 우려’라는 해석도
2018년 여야 법정 처리 시한 넘겨 예산안 잠정 합의한 적 있어
지역구 산업과 관련된 특성 탓에 준예산 사태 없을 것이란 전망도
17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됐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639조 원 규모 내년 예산안 중 대통령실 신축 관련 예산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등을 최대한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윤 정부 들어 줄어든 노인 일자리, 소상공인 지원 관련 예산은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고 윤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 예산을 확보하겠다 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5석의 소수 여당이라는 점이 악재다. 정부안이 예산소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단독으로 부결시킬 수 있다. 한 번 부결된 안건은 회기 중 다시 제출되지 않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정부는 새로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여당은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문제는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 일련의 사건으로 경색된 여야 관계가 예산 정국에 옮겨 붙었다는 것이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나 정부 주요 과제 관련 예산 중 무려 1000억 원 넘게 감액 대상이 됐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예산은 3조4000억 원가량이나 증액이 추진 중”이라며 ‘대선 불복’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은 국회 예산안 심사 전에 준예산까지 연동한 비상계획을 검토했다고 한다”고 말하면서 “원활한 처리 노력은 않고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려 벌써 준예산부터 언급하는 건 무책임하고 정략적”이라고 응수했다.
이러한 탓에 벌써부터 준예산 편성 가능성이 거론된다. 준예산은 법정기간 내에 예산을 처리하지 못한 경우, 정부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잠정 예산이다. 여야가 법정 처리 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면,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준예산은 ‘과도한 우려’라는 해석이 강하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 하에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초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긴 6일 2019년도 예산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이번에도 치열한 논의 끝에 여야 원내대표가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의원들의 지역구 발전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준예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재위 소속 한 여권 관계자는 “내후년 총선도 있는데, 여야 의원들 모두 지역구 사업 관련 예산을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준예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며 “역대 국회에서 준예산 사태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안에만 합의를 해서 잘 끝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