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외화 자금 빼돌린 역외탈세자 세무조사 착수

입력 2022-11-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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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돌린 돈으로 해외 원정도박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역외탈세자 53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세청)

환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외화 자금을 빼돌린 역외탈세자 5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섯다.

국세청은 25일 법인 외화자금 사적 유용, 무형자산 부당 이전, 국내이익 편법 반출 등 탈세 혐의로 이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해외 투자를 핑계로 자금을 부당하게 해외에 보내거나 해외에서 진행한 용역의 매출을 신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세한 혐의자가 24명이고 내국법인의 상표권 등 무형자산을 해외로 ‘꼼수 이전’하거나 국내 원천기술을 해외에 부당하게 무상 제공한 탈세 혐의자는 16명이다.

‘코로나 특수’로 얻은 국내 자회사 이익을 부당하게 해외로 보내거나 사업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꿔 탈세한 다국적기업 13곳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실제로 의류업을 하는 국내회사 A사는 자신들이 개발한 상표권을 사주가 소유한 해외 유령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사용료를 지불했다. A사는 자신들이 만든 상표권으로 수익을 올리기는커녕, 사용료와 광고비까지 부담해가며 사주의 이익을 늘려주고 수백억 원의 세금은 회피했다.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인 국내회사 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자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보다 더 싸게 해외 관계사(해외 모회사가 지배하는 회사)에 제품을 팔아 해외 관계사가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했다. 다른 해외 관계사에는 수천억 원대 배당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관계사보다 배당소득 원천징수 세율이 더 낮은 나라에 있는 해외 모회사에 배당한 것처럼 속여 세금을 줄였다.

C사 사주는 직원과 함께 해외 거래처에 출장을 가 용역업무를 수행했으나 세금을 피하려고 용역비는 외화 현금으로 받은 혐의다. 사주는 회사 법인카드를 현지 카지노 호텔에서 긁은 뒤 다시 이를 돌려받는 수법으로도 돈을 챙겼다. 빼돌린 돈으로 4년간 64회, 총 3억 원 이상의 원정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기업들이 환위험, 물류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역외탈세자들이 외화자금을 빼돌려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설명했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에서 외환 송금 내역, 수출입 통관자료, 해외투자 명세를 철저히 검증하고 세법과 조세조약에 따라 법인 사주를 비롯해 관련인들까지 포렌식, 금융거래조사, 과세당국 간 정보교환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며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범칙조사를 통해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2019∼2021년 역외탈세 조사로 4조149억 원을 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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