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에도 화물연대는 팔짱만…건설현장은 ‘곡소리’

입력 2022-11-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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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명령에도 총파업 강행
공사중단 건설현장 250곳 넘어
“파업 장기화 시 실수요자 피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건설현장 인근 도로에 시멘트를 가득 실은 트럭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엿새째에 접어들며 전국 건설현장이 멈춰 서고 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지만, 화물연대가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는 등 강행 뜻을 밝혀 ‘강 대 강’ 대치가 지속할 전망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주택 공급 위축,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도 크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안건을 의결했다. 애초 이날 국무회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파업에 대한 엄정 대응 의지를 전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맡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대통령실과 정치권이 가세해 화물근로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겁박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노정 간 대치 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현장에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시멘트 출고량이 90% 이상 급감했다.

유진·아주·삼표 등 주요 레미콘사들은 전날부터 전국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주까지는 소량의 시멘트 출하가 이뤄지면서 생산을 이어나간 곳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동이 나면서 전국적인 생산 중단이 이뤄졌다.

시멘트·레미콘 공급이 막히면서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8개 대형 건설사의 공사현장 459곳 중 259곳(56%)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중단됐다.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공사현장과 세운지구는 시멘트 유통이 막히면서 골조공사가 중단됐다. 대신 창호, 배선 등 대체 공정을 진행 중이다.

소규모 건설현장은 대형 현장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형사는 파업에 대비해 연간단위 공급계약으로 건자재를 미리 확보할 수 있지만,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우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수도권에서 연립주택을 짓는 중견사 현장소장은 “28일부터 레미콘 공급이 끊기면서 마감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공급이 재개된다 해도 이미 인명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어 건설공사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전국철도노동조합도 내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철도노조는 현재 2인 1조 근무 등 준법투쟁으로 파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총파업이 시작되면 철도 운송 중단이 현실화된다. 시멘트 철도 물류의 핵심인 오봉역이 지난 24일부로 작업이 재개됐지만 막혔던 철도 운송이 뚫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건설현장 공사 기간이 지연되고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등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이 크다”며 “이는 결국 주택 공급 위축, 공사비 상승,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무개시명령은 심각한 물류 차질이 있을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정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동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화물차 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최고 3년의 징역이나 최고 3000만 원의 벌금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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