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지는 용산 이전 명분…영빈관 재사용·도어스테핑 중단

입력 2022-12-0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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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관 대체 어렵지 않다더니 국빈 오니 결국 靑 다시 찾아
"그래서 영빈관 신축 추진했는데"…기습예산 비판에 '뒤끝'
'전통 계승' '실용' 명분 삼아 靑 영빈관 계속 사용 결정
도어스테핑, MBC 갈등에 중단…내부 찬반 갈려 내년 재논의
"김영태 사퇴했으니 상응 조치 보여야"…재개 여부 불투명
학계 "투명한 출퇴근 의미 살리려면 도어스테핑 재개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주민 초대 행사에서 용산 지역 소상공인 참여한 플리마켓 부스를 둘러보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운 건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다. 출근길마다 마주하는 언론을 시작으로 국민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대통령, 국민에 돌려보내는 청와대를 큰 의미로 삼았다. 하지만 현재 국빈을 맞이할 공간이 없어 청와대 영빈관을 재사용하고 있고,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은 중단됐다. 용산 이전 명분이 옅어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될 당시 용산 이전 계획을 밝혔고 취임과 함께 청와대를 개방했다. 안보 불안과 함께 영빈관과 같은 국빈을 맞이할 공간 마련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기우로 치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반년이 넘은 현재 5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국빈 자격으로 방한했지만 마땅한 만찬장을 찾지 못해 결국 청와대 영빈관의 문을 다시 열었다. 지난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윤 대통령 관저에서 맞았다. 대통령실은 마땅한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내외빈 행사는 호텔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돼왔으나 행사 준비 과정과 경호상 여러움이 많아 국빈급 외빈을 맞이하기 알맞은 장소를 찾기 쉽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대통령실 청사 이전을 발표하며 청와대 영빈관을 국빈 만찬 행사에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 영빈관은 지난해 11월 17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국빈 만찬 때 마지막으로 사용돼서 이번 100명 이상 참석 대규모 행사를 위해 시설 점검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대표 74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지난 5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개방은 74년만에 처음이다. (이투데이DB)

청와대 영빈관 외에 국빈을 맞이할 알맞은 장소 물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수위 당시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새 영빈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좌초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용산 이전 계획 발표 당시 포함돼 있지 않던 새 영빈관 예산을 별도 발표 없이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켰고,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철회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빈관 신축을 검토했지만 국민의 뜻에 따라 예산 반영 계획을 거둔 바 있다. (그래서) 국격에 맞는 내외빈 행사 자리를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청와대 관람)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새 영빈관을 재추진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청와대 영빈관을 당분간 사용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용산 이전에 따른 비효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대통령실은 이에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명분을 삼아 청와대 영빈관을 지속 사용키로 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윤석열 정부 첫 국빈 만찬에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하는 건 역사와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공가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청와대 영빈관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국격에 걸맞는 행사 진행을 위해 영빈관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이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도어스테핑도 현재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MBC 기자와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의 설전이 벌어지면서 대통령실은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중단한다는 입장을 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 리스크’를 줄인다는 점에서 옹호하는 입장과 도어스테핑이 윤 대통령의 ‘시그니처’와 같다는 점에서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기 기자회견 등 다른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윤 대통령의 대표적인 업적인 도어스테핑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과 대통령실 모두 찬반이 엇갈리는 데다 윤 대통령의 연말연초 일정이 많아 도어스테핑 재개 여부는 해를 넘겨 재논의 한다는 게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만 내년에도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은 대외협력비서관까지 사퇴시킨 상황에서 먼저 MBC에 손을 내밀 수 없다는 입장이라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서관이 사퇴했지만 MBC에서는 상응하는 제스처가 없는데 우리가 먼저 협의에 나서기는 명분이 부족하다”며 “대통령실 기자단에서 자정 작용을 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화합하는 게 우리 입장에선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용산 이전의 상징인 도어스테핑만은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영빈관 문제는 상황에 따라 청와대 영빈관을 쓰거나 신축하면 되는 문제로 용산 이전의 의미에 있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며 “용산 이전은 공개되지 않았던 대통령의 출퇴근이 투명해진다는 것이 큰 의미다. 이를 살리기 위해 도어스테핑은 반드시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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