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주, 이상민 해임건의안 추진하면 파행 가능성 커”
소소위 ‘깜깜이 심사’로 넘어간 2023년도 예산도 문제
국회입법조사처 2018년 “절차와 방법 제대로 알 수 없다” 지적
지난해 정부 원안에 없던 76개 사업 증액
여야 대치 속에 국회 법정처리 시한(2일)이 넘어갔다.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인 8, 9일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기일이 지난달 30일로 종료되면서 비공개 회의인 ‘소(小)소위’에서 진행하게 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일 입장문을 내고 “헌법이 정한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이 오늘이지만 내년도 나라살림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며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오는 8, 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야가 △‘윤석열 정부’ 예산과 ‘이재명 예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여전히 강대강 대치 속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이 12월 8, 9일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예산안도 파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다가오는 본회의에서 이 장관 사퇴론을 추진하면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준예산은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안을 편성하는 제도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 대치는 늘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늦게 진행되는 것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설상가상으로 소소위로 넘어간 2023년도 예산안 앞길도 문제다. 소소위는 국회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3명 등만이 참여하는 비공식 회의로,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를 빠르게 마무리하기 위해 만드는 협의체다. 철저히 비밀로 심사가 되고 속기록조차 남기지 않아 ‘밀실심사’로 불린다. 이에 2018년 국회입법조사처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예산 증액을 결정하는 절차와 방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 수 없어 문제가 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소소위는 일부 의원들이 SOC 건설 예산 등 지역구 챙기기를 위한 ‘쪽지예산’을 통과시키는 창구로 비판받아 왔다. 지난해만 해도 2022년 예산에 정부 원안에 없던 76개의 사업이 증액됐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국회에서 증액된 사업 중 7개 철도 및 도로 건설 사업에서 동일하게 100억 원이 증액됐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사업 규모나 특성이 다르나 똑같이 100억 원씩을 받았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분배받은 것이라고 나라살림연구소는 지적했다. 또 태릉-구리 고속도로 건설(38억 원), 부전-마산 광역철도(30억 원), 태화강-송정 광역철도(21억 원) 등 정부 원안 예산이 0원이었던 사업에도 예산이 배치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입법조사관은 2018년 낸 ‘국회 예산안 자동부의제도의 운영현황’ 보고서에서 “반복되고 있는 예산안 처리 지연이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에 일조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법정 기한의 준수는 국회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원내교섭단체 간 협의에 기반한 국회 운영의 원리와 예산안 심사를 다른 쟁점법안의 처리와 연계시키는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