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무이자에 발코니 확장 등 혜택
“자금시장 경색…계약률 높여야 살아”
청약시장 한파에 건설사의 고민이 깊다. 분양만 하면 완판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청약시장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또 청약’으로 통하던 수도권에서 미분양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줍줍(무순위 청약)’에서도 잔여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는 단지도 여럿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현금 지급 등 금융 혜택을 내걸며 수요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6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11월 7일 기준) 전국 아파트(임대 제외) 평균 청약 경쟁률은 7.9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경쟁률(19.8대 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서울 164.1대 1→22.0대 1 △세종 195.4대 1→49.6대 1 등 순으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의 평균 가점은 44점에 불과하다. 지난해 청약 당첨 가점 평균이 62점이었던 것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함께 기본형 건축비, 분양가 상승으로 청약 열기도 식어가고 있다”며 “집값 하락기 청약 시장에서 수요자의 옥석 가리기는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이 경색되면서 건설사들은 할인 분양을 내세워 수요자 찾기에 나섰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들어서는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와 현금 지급 혜택을 내걸었다. 계약자를 상대로 중도금 5·6회차 이자에 해당하는 700만 원에 자체적으로 2300만 원을 붙여 현금 3000만 원을 입금해 주기로 했다. 또 계약금 분납제·발코니 확장 공사 무료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일부 타입을 대상으로 기존 분양가 대비 최대 15%의 할인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경우 분양가보다 1억 원 이상 저렴하게 매수가 가능하다. 2주택자 이상인 수요자들에게는 취득세를 일부 지원한다. 최근에는 관리비를 대납해주는 조건도 내걸었다.
자금 마련이 어려운 수요자를 위한 금융 혜택도 눈길을 끈다. DL건설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공급하는 ‘e편한세상 헤이리’에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과 1차 계약금 500만 원 정액제를 제공한다. 발코니 확장 공사도 무료다.
하남시 망월동 ‘미사 아넬로 스위첸’은 BMW 미니 쿠퍼 5도어 클래식 차량을 내걸었다. 또 청약 접수 대상자 중 50명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했다. 화성시 송동에 들어서는 ‘동탄푸르지오 시티 웍스’는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벤츠 등 자동차, 가전제품 추첨 이벤트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가 여전하고, 내년 역시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만큼 단기간 분위기 반전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양 계약률을 높여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할인 분양을 비롯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단지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