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탄 원전, 36년 만에 재개…원전 수출 활로 될 듯
정부가 36년 만에 재개한 바탄 원전 등 필리핀의 원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필리핀 당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바탄 원전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집트와 폴란드에 이어 해외 원전 사업 활성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천영길 에너지산업실장과 마크 오 쿠호앙코 필리핀 원자력에너지특별위원장이 양국 간 원전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코후앙코 위원장은 필리핀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원전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바탄 원전 건설재개와 관련해 기술 타당성 검증 수행 등 한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천 실장은 한국도 원전 정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재생에너지와 합리적인 보급을 통해 현실적이고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를 추진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필리핀 원전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바탄 원전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인 1976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공사를 시작해 8년 만에 완공을 앞뒀었다. 이후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 마르코스 정권이 끝나면서 36년째 방치됐다.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을 통해 바탄 원전 사업에 참여하겠단 뜻을 계속 비쳤고, 필리핀 역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한수원은 소형모듈형원자로(SMR)까지 수출하겠다며 필리핀을 설득 중이다.
지난달 12일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로무알데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선 바탄 원전 재개와 관련해 정상 간 긍정적인 얘기가 오가기도 했다. 천 실장과 쿠호앙코 위원장의 만남도 지난 정상회담의 연장선이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의 개입이다. 지난달 필리핀을 방문했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필리핀에 원전 발전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겠단 뜻을 밝혔다. 한국형 원전의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국제적인 관계를 고려해 미국 원전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내세우며 바탄 원전 재개에 큰 힘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천 실장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원전건설과 운영기술을 바탕으로 적기준공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만약 정부가 바탄 원전 사업까지 따내게 된다면 이집트 엘다바 원전 관련 사업 수주와 폴란드 민간 원전 건설 사업에 이어 원전 수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케냐, 영국, 튀르키예 등 여러 나라의 원전 사업을 따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