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경기 둔화 우려 진단...내년 성장률 1.8% 전망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 부진이 가사화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가계와 기업 심리지수 악화가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7일 '12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으며,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가 악화되는 등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장세 약화", "경기 둔화 가능성" 표현은 지난달 11월 경제 동향 발표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우리 경제 상황이 어둡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달 전년 대비 14.0% 줄어 두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전월(-7.5%)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29.8%) 수출이 글로벌 경기 하강 여파로 29.8% 급감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현지 봉쇄조치로 15.7% 감소했다.
수출 감소 여파로 제조업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10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5.1%로 전월(72.4%)보다 2.7%포인트(p) 하락하고, 재고율(122.1%)도 전월(121.4%)에 이어 높은 수준을 보였다.
기업 심리지수도 하락세다. 제조업의 업황 경기실사지수(BSI·계절조정 기준)는 지난달 75에서 이달 70로 내려갔다. BSI는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수출 감소 확대 속에 금리인상이 계속되면서 기업의 경제심리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심리지수도 86.5를 기록하며 전월(88.8)에 이어 기준치(100)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이를 반영하듯 10월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줄고, 신용카드 매출액(신한카드사 추정) 증가율이 10월 7.3%에서 11월 4.4% 축소됐다. 이는 소비 회복이 제약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KDI는 분석했다.
KDI는 수출 부진과 소비 제약이 내년엔 더 확대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1.8%로 하향조정한 상태다.
금융시장과 관련해 KDI는 지난달 채권안정펀드 운용과 국고채 및 공사채 발행물량의 축소로 회사채 금리는 하락했으나, 기업어음(CPㆍ91일물) 금리가 큰 폭(90bp)으로 상승하는 등 단기자금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세계경제에 대해서는 주요국의 통화긴축과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지정학적 긴장의 장기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