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정비사업의 ‘3대 대못’ 중 하나로 꼽혔던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됐다. 그간 안전진단이 인위적인 재건축 규제수단으로서 작용하자 이를 개선하고, 주택공급 확대를 늘리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상 등 여러 외부 요인으로 시장 활성화는 어렵다고 했다.
8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앞서 2018년 강화했던 구조 안전성 비중을 낮추고, 그간 발목을 잡았던 적정성 검토는 지자체에서 요구할 때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안전진단 완화 방향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상 등 외부요인의 영향이 여전히 커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를 반등시키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 안전성 등 정량평가와 주거환경 등 정성평가의 비중을 변경하면서 일부 필수요건은 사실상 폐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완화해 재건축 단지들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 문제가 되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예상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크고, 이런 외부요인의 영향이 국내 정책변화를 상쇄시키기는 어렵다”며 “곧바로 호가와 거래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려워 가격 급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방안은 270만 가구 공급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 작업으로, 재건축을 주거질 개선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한다”면서도 “현재 금리 인상,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재건축 단지가 시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이 되지 못하고 있으므로 가격상승과 거래 활성화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역시 “일부 정밀안전진단을 앞둔 서울 내 단지에선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서울 전역과 1기 신도시 전체까지 훈풍이 불긴 어려울 것”이라며 “재건축이 더딘 정부 마스터플랜 부재와 시장 상황 때문으로 단순히 안전진단 완화만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안전진단 완화와 더불어 향후 추가적인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안전진단 요건이 변경되더라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저해 요인이 여전하다”며 “정책변화가 바로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현재에 여러 규제 요인들을 미리 조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 역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발목을 잡는 다른 규제들도 완화해 재건축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안전진단 시 구조안정성 비율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및 설비노후도 비중을 각각 30%로 높였다. 또 조건부 재건축 판정 범위를 기존 30~55점에서 40~55점으로 축소하고, 대신 재건축 판정 범위를 기존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확대했다.
아울러 1차 안전진단 점수가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면 의무적으로 진행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도 지자체가 요청 시에만 예외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