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와 경기가 올해 중반을 기점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상하방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봤다.
14일 한국은행 11월24일 개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 집행부와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이같은 인식에 공감했다.
A위원은 “수입물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가 각각 두세 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일제히 정점을 지나는 모습”이라며 “국제유가가 큰 폭 상승하거나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은 일단 하향 안정 기조로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B위원도 “조정평균 물가와 가중중위수 물가를 보더라도 물가상황은 점점을 지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집행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금년 7월을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료 등이 향후 물가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C위원은 “물가가 정점을 지나 둔화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앞으로의 물가 이슈는 내년에 물가가 얼마나 둔화될 것인지인데, 물가지표의 주거비 반영도가 크지 않은데다 전기료 등이 뒤늦게 원가를 반영해 인상되고 있어 물가상승률의 둔화속도가 완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집행부는 “전기요금 상승 등에 따른 비용인상 압력이 물가의 2차 파급으로 이어지면서 물가상승률의 둔화속도가 완만해질 수 있다”면서도 “내년에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현재보다 상당폭 낮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D위원은 “하락 추세에 접어든 가중중위수 물가에 이어 근원물가의 오름세도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통계청 경기순환 기준 경기정점으로부터 대략 3개월 후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은 집행부는 “경기순환주기의 정점 판단은 사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알기 어렵다”면서도 “GDP갭률(국내총생산 격차율)로 판단해보면 갭률이 금년 하반기부터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인 경기순환 흐름상 정점을 금년 중반 정도로 짐작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은 집행부는 “물가의 경우 상하방 양쪽으로 불확실성이 커 추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올해 5.1%로, 내년 3.6%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각각 기존전망치 대비 0.1%포인트씩 하향조정한 것이다. 반기별로는 올 하반기 5.6%를 정점으로 내년 상반기 4.2%, 내년 하반기 3.1%로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2.6%로 기존 전망치와 같았지만, 내년은 1.7%로 직전 전망치대비 0.4%포인트 낮춰 잡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