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른바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전세 사기 근절을 선언했다.
원 장관은 22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임차인 피해자 설명회’에 참석해 “앞으로 빌라왕 등 전세 사기 가해자 단속과 함께 여기에 관련된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도 함께 뿌리 뽑도록 단속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은 40대 김 모 씨가 인천과 부천 등 수도권 서부지역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1139가구를 사들인 뒤 전세 사기 행위를 이어가다 지난 10월 말 사망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해 규모는 보증보험 가입자 중 보증금이 1억 원 이하인 피해자는 54명, 1억∼2억 원인 피해자는 191명, 2억∼3억 원 181명, 3억 원 초과는 14명이다. 피해 금액이 2억 원 이상인 피해자도 195명이나 된다.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빌라왕 김모 씨는 이러한 전세 사기에 이용된 무자본 ‘바지사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빌라왕 사건의 쟁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빌라왕의 사기 수법은.
지난해까지 부동산 호황기에 건축주와 브로커들이 짜고 매매와 전세 시세 정보가 없는 빌라와 다세대를 신축 또는 매입해 시세(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고, 매매와 전세 차액을 나눠 갖는 전세 사기가 급증했다. 특히 이들은 소위 바지사장을 만들어 일정 수익(또는 수수료)을 나눠 주고, 명의를 넘기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받아 빌라 등을 매입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고, 전세 만기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자 서류상의 유령 법인에 빌라를 매도한 뒤 잠적해버린 예도 있었다.
Q. 어떻게 이런 사태가 가능했나.
지난 2년여간 부동산 호황기였던데다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등으로 전셋값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 이 때문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웃도는 지역이 많이 증가하며 깡통전세 위험이 커졌고, 전셋값이 높다 보니 신축 빌라나 다세대까지 전세금을 높여 받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빌라나 다세대 등은 한국부동산원 등 시세조사기관에서 시세를 제공하지 않아 사회 초년생이나 지역 사정에 밝지 못한 세입자들은 적정 시세를 판단하기 어렵고, 사기 집단들은 이런 점을 악용했다.
Q.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기관별 차이와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재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 등에서 취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보증을 HUG가 감당하고 있다.
SGI와 같은 민간 보증은 임대인 1명당 가입할 수 있는 주택 수를 1가구로 제한하고 있지만, HUG는 임차인 보호라는 공적 기능을 우선으로 해 임대인의 주택 수와 관계없이 선순위 채권과 전세보증금이 주택 매매가보다 높지 않으면 전세반환보증금 보증을 저렴한 수수료에 가입할 수 있다.
최근 빌라왕을 비롯한 전세 사기 집단은 이런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안전하게 전세금을 지킬 수 있다’는 식으로 임차인을 안심시킨 뒤 비싼 금액에 전세를 체결하고 잠적해버리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피해자 지원 방안을 내놨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자는 법률 절차를 조정해 최대한 빨리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환보증 미지급자에게는 1%대 저금리 대출을 긴급 지원해 주거 지원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