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시장 안정에 환시개입 주춤, 국민연금 외환스왑은 지속
외환보유액 석달 연속 세계 9위 머물러
외환보유액이 70억달러 넘게 증가해 2년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데다, 외화예금 급증에 따른 외화지준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꺾이면서 환시개입에 나섰던 상황도 사실상 종료되면서 정상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석달 연속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말 외환보유액은 전월말보다 70억6000만달러(1.7%) 급증한 423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1월(+98억7000만달러, 2.3%) 증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작년 8월(4364억3000만달러) 이후 4200억달러선을 회복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응해 외환당국이 환율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은 작년 10월 4140억달러까지 감소한 바 있다.
주요통화들도 미 달러화 대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엔화가 전월말대비 4.4% 절상을 기록한데 이어, 유로화(+3.3%), 호주달러화(+1.4%), 파운드화(+0.9%)도 절상 흐름을 보였다. 과거 달러화지수가 1% 변동할 경우 외환보유액은 통상 20억달러를 전후로 변동해 왔었다.
금융기관 예수금이 증가하면서 외화지준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12월 외화지준에 영향을 미치는 11월말 거주자외화예금은 전월말보다 97억4000만달러 급증한 1073억9000만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증가폭과 잔액 모두 역대 최대 최고를 경신한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은 외화보유액 감소 요인을 작용 중이다. 작년 9월23일 한은 및 기획재정부와 국민연금이 작년 연말까지 100억달러 한도로 외환스왑을 체결한 후 관련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을 포함한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원화간 스왑계약을 체결했으며, 작년 연말까지 6개월 또는 12개월물로 외환스왑거래를 약정했다. 만기연장(롤오버)은 없으며, 작년 연말 12개월물로 거래를 체결할 경우 최대 올해말까지 외환스왑거래가 유효하다. 외환스왑 집행규모만큼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김상훈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달러인덱스 하락 부문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증가했다. 11월중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환시개입 분이 빠지고(환시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영향이 없어지고) 정상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격하게 시장상황이 변동되지 않는 이상 (외환보유액 증감 흐름도) 어느 정도 안정된게 아닌가 싶다. 다만 불확실성은 있으니 지켜봐야하겠다”고 덧붙였다.
1위는 3조1175억달러를 기록한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일본(1조2263억달러), 스위스(9059억달러), 러시아(5673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홍콩(4232억달러)가 우리보다 한단계 위인 8위를, 브라질(3315억달러)이 우리보다 한단계 아래인 10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