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게이밍 및 아트 TV 콘셉트 차용
친환경 비전 없어, 미래 담은 삼성ㆍLG와 비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ㆍ가전 전시회 ‘CES 2023’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한국과 중국 기업들의 경쟁이었다. 그러나 올해 중국 업체들은 단순 제품 베끼기에 더해 전시관 콘셉트까지 따라 해 비교가 다소 어려웠다.
8일(현지시간) 폐막일까지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센트럴홀은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위 '목'이 좋은 장소다. 올해 삼성전자는 바로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맞았다. 그 옆자리를 중국 TCL과 하이센스가 차지했다. LG전자 부스는 이들과는 약간 떨어져 있었지만 입구 쪽 자리를 확보했다.
부스 형태만 놓고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삼성과 LG전자의 경우에는 해당 부스로 들어가야만 제품 및 솔루션을 볼 수 있지만, TCL과 하이센스는 완전 개방형으로 통로만 지나가도 제품이 보였다.
하이센스는 전시관에 미니 LED를 적용한 대표 모델 ‘U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 4K 화질을 지원하는 빔프로젝터를 활용한 TV인 레이저TV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들이고 있는 ‘사운드바’도 ULED 티비와 함께 배치했다.
TCL도 삼성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QLED TV와 같은 이름인 ‘QLED TV’를 부각시켰다. 여기에 프리미엄급 TV인 ‘마이크로 LED’와 TV에 들어가는 자사 칩셋까지 입구 쪽에 전시하며 기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게이밍 모니터도 삼성 오디세이 시리즈와 노골적으로 닮았다.
특히 크면 클수록 좋다는 한국 업체들의 ‘거거익선’ 트렌드 역시 중국 기업들은 그대로 반영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98형 QLED TV △140형 마이크로LED △올레드 77형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LG전자도 세계 최대 97형 LG 올레드 TV, 136형 마이크로 LED를 선보였다.
중국 하이센스는 110형 ULED TV, 120형 레이저TV를, TCL의 경우 98형 QLED TV, 136형 마이크로 LED를 출시했다. 특히 하이센스는 액자형 TV ‘M1’을 공개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한 ‘더 프레임’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만큼 TV 두께가 얇진 않았다. 게이밍 모니터는 한국 기업과 비교하면 상당히 두꺼운 편이었다. 또 LG의 ‘시그니처 올레드 M’이나 ‘올레드 플렉스’와 같은 혁신 제품도 볼 수 없었다.
제품만큼 닮은 부분은 바로 전시관 콘셉트다. 게이밍 모니터를 설치하고 관람객들에게 게임 체험을 할 수 있게 한 ‘게이밍존’이 중국 양사에 모두 있었다. TLC 전시관에 마련된 ‘아트(ART)존’에서는 삼성 ‘더 프레임 TV’는 물론 LG와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예술 작품 관람 서비스 ‘올레드 갤러리’, ‘아트스토어’ 서비스가 떠올랐다.
TCL 아트 부스 담당 관계자는 “이번 TCL의 CES 부스는 마이크로 LED, QLED와 같은 하이엔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콘셉트”라며 “이 아트(ART) 부스 TV를 시청할 때는 보고, 시청하지 않을 때는 예술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중국 업체들의 부스에선 ‘친환경’과 같은 미래 가치 및 비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은 넷 제로 홈, 에너지 세이빙 등으로 ‘지속가능’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고, LG도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존을 만들어 회사의 탄소 배출 저감 및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소개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CES에서 친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향후에도 CES에서 친환경을 콘셉트로 전시부스를 꾸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