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NO감산 정책 기조 변화 생길까
LG전자, 흑자 돌아선 전장사업 집중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8일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생존 전략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지난 6일 각각 잠정 집계한 4분기 및 연간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양사의 4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3조8000억 원)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 원) 이후 8년여 만이다. 매출도 약 70조 원을 거두면서 8.58% 감소했다.
이번 실적은 증권가의 예측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어닝 쇼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6조9254억 원으로 집계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9조5700억 원이나 급감하면서 전망치를 뛰어넘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사업별 실적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하는 상황에서 확정실적 발표일까지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선을 완화하고 실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잠정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방 수요가 위축된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전 사업부에 걸쳐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업부분별 실적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DS(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 대 중반을 머무를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5조1000억 원이었다.
문제는 4분기 실적에 따라 올해 코스피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하향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실적 눈높이가 아직 높아 4분기 실적 쇼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가격 하락 및 수요 부진에도 투자 축소, 감산은 없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 방안 중 하나는 반도체 재고자산의 관리다. 재고자산이 기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감산 등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및 수요 위축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같은 날 잠정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조8597억 원, 655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1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5.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1.2%나 감소했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4분기(757억 원) 이후 4년 만이다.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인 3193억 원보다 79.5% 하회했다.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친 것은 고금리, 물류비 상승, 고환율 등 경기 침체로 인한 TV, 가전 등 주력 상품의 수요 부진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부별 구체적인 영업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VS(전장)사업부를 제외하고 TV와 생활가전 등 HEㆍH&AㆍBS 사업부에서 모두 부진을 겪었다.
LG전자는 “가전사업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규모가 감소했고, TV 사업은 적자 규모가 증가했다”며 “전장사업의 경우 완성차 업체의 안정적인 주문 물량 유지 및 주요 원재료에 대한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차별화된 제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가전 및 TV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회복세를 보이는 자동차 부품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반 광고 콘텐츠 사업 확대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입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