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이 올해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실적이 내리막을 걸어온 가운데 올해 경기침체 여파로 극심한 소비 한파까지 예상되면서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재순 쿠첸 대표는 이달 초 내부 신년사를 통해 “내수 판매 증진과 함께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과 베트남 등의 사업 확대를 언급했다. 쿠첸 내부에선 현재 이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쿠첸의 해외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해외시장 누적 매출은 89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6.9%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98억 원에서 2020년 155억 원으로 뛰었지만, 2021년에는 다시 1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체 매출 비중으로 보면 △2019년 4.7% △2020년 8.4% △2021년 6.12%다. 사실상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쿠첸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호주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 중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14%를 차지했다. 앞서 2016년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MIDEA)와 합자회사를 설립한 뒤 중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제조, 생산 라인을 보유해 현재까지 꾸준히 제품 개발·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선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멀티쿠커 제품인 플렉스쿡이 인기몰이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
쿠첸이 전체 사업의 10%에도 못 미치는 해외사업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실적 때문으로 보인다. 쿠첸의 국내 매출은 2019년 1993억 원을 기록한 뒤 2020년 1698억 원, 2021년 1532억 원으로 감소해 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집콕’ 추세에 소형가전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린 시기에도 쿠첸은 오히려 역상장 했다. 그나마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이 119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124억 원)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올해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민간 소비 여력이 둔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가전업계는 쿠첸이 국내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것은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품군을 다양하게 확장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로 즉석밥 같은 간편식 인기가 높아진 것도 악재다. 이에 경쟁사는 발빠르게 사업을 다각화하며 종합가전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쿠첸은 밥솥과 플렉스쿡, 전기레인지 등 기존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영역 확장보다 오히려 IH압력밥솥 등 밥솥 기술 고도화와 프리미엄에 동력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축 공장 준공식에서 5대 전략 안에 제품 차별화와 IH압력·모터기술 고도화 등을 포함시키며 기존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25년까지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쿠첸 관계자는 “혁신 제품 출시를 통해 매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대비 해외시장 진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수익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