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안정성과 직진성 등에서 유리
차 바닥 배터리 무게 탓 '롤링' 존재
폭발적 가속력 일품…'과속'은 우려
평소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겼던 그는 최근 신형 스포티지 가솔린(휘발유) 모델을 처음 타보고 깜짝 놀랐다. 엔진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차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핸들링'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제법 경쾌하게 오르막길에 들어선 그는 좌우로 완만하게 꺾인 코너에서 당황함을 느꼈다. 차가 머릿속 회전 곡선을 슬며시 벗어났기 때문이다.
A씨처럼 같은 차종에서 디젤과 가솔린을 번갈아 운전해보면 주행 특성이 확연히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디젤이 시끄럽고 가솔린이 조용하다"는 범위를 넘어선다.
먼저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무겁다. 배기가스를 줄여내기 위해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를 비롯해 터보와 인터쿨러, 고압분사 시스템 등이 더해진다. 가솔린 엔진은 이런 장치가 불필요한 덕에 가볍다.
일반도로에서 큰 차이는 없으나 오르막길을 경쾌하게 오르다 보면 앞바퀴를 짓누르는 힘은 디젤이 더 크다. 상대적으로 이 힘이 떨어지는 가솔린은 조향 바퀴의 접지력이 떨어져 곡선구간을 달릴 때 코너 바깥으로 차가 밀려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엔진 무게 차이에서 오는 핸들링 차이다.
물론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차이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앞뒤 무게 배분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앞쪽이 극단적으로 무겁다. 앞바퀴굴림 자동차의 경우 엔진과 변속기 모두 앞쪽에 몰려있어 특히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이와 달리 뒷바퀴굴림 차는 뒤쪽에 구동 차축이 달려있어 앞뒤 60:40에 가까운 무게 배분을 이룬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BMW의 경우 앞뒤 50:50 무게 배분을 맞추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연구한다. 앞쪽에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앞바퀴 휠 아치와 펜더 등을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엔진 룸에 달려있던 무거운 배터리(12V)를 트렁크로 옮기기도 한다.
고성능 스포츠카 가운데 일부는 엔진에서 변속기를 분리해 뒤 차축에 변속기를 장착하기도 한다. 차 앞쪽에서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서다.
이렇게 앞뒤 50:50 무게 배분을 맞추면 차는 코너를 더욱 안전하게 돌아나갈 수 있다. 물론 직진성도 좋아진다.
반면 전기차는 무거운 엔진과 구동차축을 덜어낸 만큼, 앞뒤 무게배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전기차 가운데 대형 SUV는 종종 '롤링', 즉 차가 휘청거릴 수 있다. 내연기관 SUV보다 안정감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차 높이가 낮은 승용 세단 전기차보다 이 특성이 크다.
이유는 무거운 배터리 탓이다. 예컨대 같은 모양의 오뚝이 2개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한쪽은 오뚝이 안에 달린 쇠 구슬이 작은 반면, 다른 한쪽은 커다랗고 무거운 쇠 구슬을 심어 넣었을 때 각각 다른 특성을 보인다.
쇠구슬이 작은 오뚝이는 일어서는 모습이 느긋하지만, 크고 무거운 쇠구슬을 심어 넣은 오뚝이는 잽싸게 제자리로 돌아온다.
전기차도 마찬가지. 차 바닥에 무겁고 커다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자세를 회복하는 동작이 빠르다. 자칫 차체가 기울어졌다가 잽싸게 되돌아오는 동작이 '롤링'으로 여겨질 수 있다.
물론 제조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차의 구조적인 특징은 내연기관과 다르다.
전기차를 경험해본 사람은 초기 폭발적인 가속력에 깜짝 놀라고는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 회전수를 끌어올려 가속하지만,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발사' 된다. 한 마디로 가속이 아닌, 전기모터의 스위치를 '온(On)'하는 셈이다.
기아의 첫 번째 전용 전기차 EV6는 출시 초기 슈퍼카들을 가볍게 따돌리는 TV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렇게 놀라운 가속력 탓에 자칫 규정 속도를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전기차를 타기 전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