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인 경우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가 법무부 반대에 9시간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제도 도입을 반대하며 여가부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여가부는 26일 오전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형법상 강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해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인 경우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날 오후 법무부는 출입기자단에 "비동의 간음죄 개정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여가부의 제도 검토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법무부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을 여가부 측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도입 반대에 힘을 실었다. 권 의원이 목소리를 낸 건 지난 5일 당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 이후 처음이다.
권 의원은 "이 법이 도입되면 합의한 관계였음에도 이후 상대방의 의사에 따라 무고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동의 여부를 무엇으로 확증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비동의 간음죄는 성관계시 '예', '아니오'라는 의사표시도 제대로 못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성인남녀를 평가절하한다"며 "이와 같은 일부 정치인의 왜곡된 훈육 의식이야말로 남녀갈등을 과열시킨 주범"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권 의원은 여가부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여가부 폐지론을 수면 위로 꺼냈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정부 부처가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결국 여가부는 기본계획 발표 8시간 만에 기자단에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을 뒤집었다. 여가부는 "제3차 기본계획에 포함된 비동의 간음죄 개정 검토와 관련해 정부는 개정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이번 과제는 2015년 1차 양성평등기본계획부터 포함되어 온 과제로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검토하는 과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