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한파에 난방 수요 폭증 예상 영향
주택용 열·도시가스 요금 각각 37.8%, 38.4% 상승
한국가스공사 독점 도매업…LNG 가격과 무관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도 하락세…52.94%↓
기록적인 겨울 한파에 도시가스 주가 새해에도 조용히 웃고 있다. 역대급 한파에 이어 난방 수요가 커진 가운데 도시가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일제히 급등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스 주들의 주가가 기업 실적과도 연계되는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성에너지는 올해 들어 31.69%(2760원) 상승한 1만14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성에너지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도시가스를 공급받아 대구광역시와 경북 경산시 전역 일대 소비자에게 취사·난방·영업·산업용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각 시·도 등 지역까지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경상남도 및 울산 일대 소비자에게 가스를 공급하는 경동도시가스(6.02%), 경기도 및 인천 지역에 공급하는 삼천리(18.61%)와 인천도시가스(7.66%) 등도 일제히 급등했다. 이밖에 지에스이(24.97%), SK가스(6.81%), 대성홀딩스(4.98%) 등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 배경으로는 올해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면서 난방 수요가 폭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꼽힌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도로 지난 25일(아침 최저기온 영하 17.1도, 체감온도 영하 24.7도)보다 소폭 올랐지만, 찬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는 더욱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가스비 단가가 오른 영향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개별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난방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 요금을 책정한 뒤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고려해 소매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주택용 열 요금은 이달 기준 메가칼로리(Mcal)당 89.88원, 도시가스 요금은 19.6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7.8%, 38.4% 상승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가스 수입 과정에서 고환율까지 겹친 결과다.
실제로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69원으로, 전년 동기(14.22원) 대비 38.4% 올랐다. 가스 도매요금도 주택용 기준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5.47원 올라 1년 새 인상률은 42.3%에 달했다.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이 가속화하면서 LNG수입액이 567억 달러(약 70조 원)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상승세가 개별 기업 실적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가스 사업을 영위중인 국내 기업들은 천연가스 도매사업의 독점적 위치를 선점한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도시가스를 받아 공급한다. 이에 따라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LNG 가격이 올라도 천연가스 가격에 직접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익률 개선에는 변화가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지난달부터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든 점도 도시가스 주가 급등에 의문을 더한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각) MMBtu(열량 단위) 당 6.97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유럽의 이상 고온과 에너지 가격 부담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지난 26일 2.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과 비교해 52.94%가량 빠진 셈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최악의 원자재는 천연가스다. 지난해 일각에서는 한계에 직면한 LNG 수출능력과 강추위에 따른 급격한 공급 부족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측은 1월 말까지 미국에서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가 지속할 것으로 예보했다"라며 "유럽 역시 우려만큼의 한파가 확인되지 않으며, 난방수요 기대감은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